한국 자동차 시장 '2강 체제' 뒤흔드는 '3인자'들

K9 月1000대 이상 판매
제네시스 G80·EQ900이
장악하던 고급차 시장 '균열'

한국GM '구세주' 이쿼녹스
싼타페·쏘렌토 양강체제
중형 SUV시장에 '도전장'

파격할인 꺼내든 SM3
아반떼·K3에 '선전포고'

A6 4월 수입차 판매 1위
BMW5·벤츠E클래스 양분
수입 준대형세단 시장 '위협'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3인자’가 뜨고 있다. 차급별 두 종의 차량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양강 체제’를 이루는 게 한국 자동차업계의 공식이었다. 최근 들어 이 공식에 도전장을 내민 3인자들이 늘고 있다. 기존 양강 체제에서 소비자들이 아쉬워하는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자동차 시장의 규모 등을 감안할 때 한 차급에서 3종 이상의 차량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았다”며 “앞으로 차급별 3인자가 성공하면 그만큼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기 때문에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국민차’에 도전장 내민 3인자들올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뭘까. 1순위 후보는 현대자동차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다. 지난 3월 이후 석 달 연속 최다 판매 차량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2월 말 신형 싼타페가 출시된 이후 ‘올해의 국민차’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올 1~5월 누적 판매량만 벌써 4만3859대다. 중형 SUV 분야에서 싼타페의 라이벌은 기아자동차의 쏘렌토다. 쏘렌토는 신형 싼타페가 출시된 이후에도 월 5000대 이상 판매되는 ‘기현상’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특정 차량의 완전변경모델(풀체인지)이 나오면 경쟁 차량의 판매량은 급감하는 게 자동차업계의 상식이다. 하지만 쏘렌토 판매량은 신형 싼타페가 출시된 2월 이후에도 굳건하다. 그만큼 탄탄한 지지층을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싼타페와 쏘렌토가 버티고 있는 중형 SUV 양강 체제에 균열을 내겠다고 도전하는 차량이 있다. 한국GM이 ‘구세주’라고 부르는 중형 SUV 이쿼녹스다. 이쿼녹스는 지난해 미국에서만 총 29만458대가 팔린 대표 중형 SUV모델 중 하나다. 2004년 미국에서 1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200만 대 이상 누적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달 초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 초반 성적은 나쁘지 않다는 게 한국GM 관계자의 전언이다. 회사 관계자는 “다음달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되면 판매량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넓은 실내 공간과 단단한 주행감, 미국에서 인정받은 안정성 등이 이쿼녹스의 강점으로 거론된다.
2011~2013년 3년 연속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인 현대차 아반떼와 라이벌인 기아차 K3에 도전장을 내민 차도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준중형세단 SM3가 그 주인공이다. SM3는 올해 완전변경모델은커녕 부분변경모델도 나오지 않았는데 무슨 얘기인가 싶지만, 르노삼성은 ‘파격 할인’이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최근 SM3 가격을 2000만원 이하로 낮춘 것. 최상위 세부모델인 RE 가격을 2040만원에서 1965만원으로, LE 모델 가격은 115만원 할인한 1795만원으로 조정했다. 가격은 내렸지만 차량 옵션은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경차 가격으로 준중형세단을 사라’는 선전포고라는 해석도 나왔다.
존재감 키우는 3인자들

수입차업계에서도 양강구도를 깨겠다는 도전자들이 있다. 수입 준대형세단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를 넘어서겠다는 아우디 A6가 대표적이다. 아우디는 ‘디젤게이트’ 파문 이후 약 2년이 지난 3월 한국 시장에 복귀했다. 아우디는 복귀한 직후인 4월 수입차 판매 3위로 뛰어올랐고, 1등 공신은 A6였다. A6는 4월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로 올라섰다. 브랜드를 기준으로 하면 한동안 한국 수입차 시장을 장악했던 벤츠와 BMW에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도전장을 내민 모양새다.

국산 ‘사장님차’ 시장에도 막강한 경쟁자가 나타났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G80과 EQ900이 장악하던 시장에 기아차의 K9이 뛰어들었다. 기아차는 지난 4월 2세대 K9을 시장에 내놓았다. 2012년 출시한 1세대 K9은 기아차에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지난해 판매량은 1553대로 떨어져, 기아차 승용차 모델 중 ‘판매량 꼴찌’라는 불명예도 떠안았다. 그만큼 K9 개발진은 칼을 갈았다는 게 기아차 관계자의 설명이다.신형 K9의 분위기는 다르다. 출시한 이후 매월 1000대 이상 팔리고 있다. G80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EQ900에는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K9의 목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아차 관계자는 “K9의 궁극적인 경쟁자는 벤츠와 BMW 등 수입차의 프리미엄세단”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