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물량 늘었지만 유가 상승 탓에 교역조건 3년 5개월 만에 '최악'

올 5월 반도체·화장품 등 수출 호조에 힘입어 수출물량이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 탓에 교역 조건은 나빠져 수출 1단위로 살 수 있는 수입품 양은 3년 5개월 만에 가장 적어졌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순상품 교역조건지수는 5.3% 하락한 95.23로 집계됐다. 전월(-5.0%)에 이어 또 하락하며 순상품 교역조건지수는 2014년 12월(93.3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하락 폭도 2012년 4월(-7.5%) 이후 최대였다.순상품 교역조건지수는 상품 1단위를 수출한 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의미한다. 수출 단가가 떨어지거나 수입 단가가 오르면 순상품 교역조건지수는 하락한다.

지난달 교역조건 악화는 유가 상승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탓이 컸다. 지난달 유가는 1년 전보다 46.7% 올랐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와 순상품 교역조건지수는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며 “유가 상승분을 제외하면 교역 조건은 아직도 좋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실제 수출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보여주는 소득교역 조건지수는 149.65로 7.8% 상승했다. 올 1월(13.8%)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수출물량이 많이 늘어난 덕분이다.수출물량지수는 157.15로 1년 전보다 13.8% 상승했다. 수출물량지수는 2월 0.9% 하락한 뒤 3월 4.0% 오름세로 돌아섰고 4월 7.4%에 이어 매달 상승 폭을 키워 나가고 있다. 지난달 상승 폭은 1월(14.8%) 이후 최대다. 집적회로(32.7%) 등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전기·전자기기 수출물량이 26.7% 증가했다. 화장품(62.3%), 의약품(68.1%) 수출물량이 60% 이상 급증했으며 화학제품도 13.2% 늘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