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Biz] 이형규 로스쿨협의회 이사장 "변시, 자격시험화 해야 다양한 법조인 배출"

이형규 로스쿨협의회 이사장 인터뷰

시험 잘보는 변호사만 양산
범위 제한·난이도 조정할 것

“변호사시험의 범위를 제한하고 시험 수준도 조정해 자격시험화해야 다양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취지가 살 수 있습니다.”

이형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협의회 이사장(사진)이 26일 2년 임기인 이사장직 연임을 맞아 본지와 한 인터뷰에서 변호사시험(변시)의 자격시험화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양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기본 취지를 살리고 송무 중심인 법조시장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장은 “변별력을 높인다는 명목 아래 변시의 시험 범위가 넓어지고 문제는 지엽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시험 잘 보는 변호사만 배출할 뿐 사회에서 필요한 다양한 법조인을 양성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협의회에서 연구를 통해 자격시험화를 제대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변시 수험생 중 절반 가까이가 학습 분량이 적고 난도가 낮은 ‘국제거래법’을 선택과목으로 택했다. 상대적으로 복잡한 조세법 선택자는 2%대에 불과하다. 시험만을 위한 시험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근거 중 하나다.

변시 합격률 공개는 로스쿨 통폐합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이 이사장은 강조했다. 변호사업계가 ‘변호사 배출 인원 감축’이라는 목표에 몰두한 나머지 커지고 있는 변호사의 영역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이사장은 “합격률을 보고 합격률이 낮은 로스쿨에만 화살을 돌릴 문제가 아니다”며 “이미 입학자 수준부터 서열화돼 있고 지방일수록 특별전형 등으로 인한 개인 격차가 큰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출 인원이 늘더라도 법률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사내변호사·공직 등 변호사의 진출 범위가 넓어지고 있어서다. 이 이사장은 “요즘 졸업생들은 과열된 송무시장에 뛰어들기보다 다양한 진로를 찾으려 한다”며 “변호사들이 기존에 하지 않던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법률시장 전체 크기가 커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스쿨 입학생 선발 과정에서 정성평가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 이사장은 “입학 점수가 낮더라도 사회적 경험이 있고 법조인으로서 자질이 있다면 뽑아서 법조인으로 배출해야 하는 게 로스쿨의 역할”이라며 “객관적 기준을 따르는 입학전형위원회 등을 통해 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로스쿨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교육부가 매년 하는 이행점검 평가가 지나치게 규제중심적이라는 문제 제기다. 이 이사장은 “서강대는 여성 교수 1명이 부족해 조건부 설치 유지 통보를 받았다”며 “의자나 강의실 개수까지 일일이 확인해 로스쿨을 평가한다는 건 지나친 규제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등 선진국 사례를 보더라도 자율성 보장이 로스쿨 교육의 질 향상과 다양성 보장의 전제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이 이사장은 올해 말 한양대 로스쿨 원장 임기가 만료되면 로스쿨협의회 이사장직에서도 내려올 계획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