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운명' '영웅', 말러 버전으로 재해석"

박영민 부천필 상임지휘자
내달 5일 창단 30주년 공연
“베토벤이 지금 시대에 살았다면 호른도 더 넣고 오케스트라 규모도 더 늘리지 않았을까요?”

박영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사진)는 부천필 창단 30주년을 기념한 ‘말러가 바라본 베토벤’ 공연(다음달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앞두고 지난 25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말러(1860~1911)가 직접 편곡한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과 제5번 ‘운명’을 연주하는 무대다. 베토벤보다 한 세기 뒤에 활동한 말러가 ‘베토벤이 내 시대에 살았더라면’이란 가정 아래 그의 교향곡을 자신의 관현악법으로 재구성한 곡들로 공연하는 국내 초연작이다.

말러는 생전에 이 편곡 때문에 원작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박 지휘자는 “원곡을 훼손하던 시대도 있었기에 나 역시 기존 곡을 주변에서 건드리는 것에 반대하는 편”이라며 “그렇더라도 1990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는 원래 악보대로만 연주하는 원전주의가 너무 지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가의 기량, 해석에 따라 같은 곡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연주된다. 그게 음악이 가진 매력”이라며 “원전 그대로만 연주하면 청중들은 음악이 가진 내면을 제대로 못 들을 수 있다”고 했다.

베토벤을 비롯해 고전시대 및 낭만 초기 관현악 작품들은 주로 2관 편성(목관을 2개씩 편성)이었던 데 비해 말러의 편곡은 4관 편성으로 웅장함과 화려한 색채감을 더했다. 박 지휘자는 “베토벤은 교향곡 3번에서 호른을 두 대 넣다가 중간에 나오는 거대한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3개를 넣는 실험을 했다”며 “말러는 그 두 배인 6대의 호른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말러의 편성을 통해 넓어진 현대 공연장과 오케스트라에 적합하게 구성해 더 깊고 좋은 사운드를 친절하게 보여주게 됐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