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보다 수색역이 유라시아철도 출발역으로 제격"

"수색역, 국제화물 운송거점 만들겠다"…김미경 은평구청장 당선인 인터뷰
구의원-시의원 거쳐 구청장 당선…"풀뿌리 지역정치인 돕고파"
6·13 지방선거에서 은평구청장에 당선된 김미경(52) 당선인은 "서울역보다는 경의중앙선 수색역이 유라시아철도 출발역이자 대북 진출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제격"이라며 수색역 역세권 개발을 강조했다.김 당선인은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송이·어패류 등이 서울로 들어온다고 했을 때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는 곳은 수색역"뿐이라며 "통일 정국에 대비해 활용할 땅을 남겨둔 수색역이 통일시대 국제화물 운송의 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선 구의원-재선 시의원을 거쳐 구청장에 당선된 김 당선인은 구의원 시절부터 10년 이상 수색역 개발을 줄기차게 외쳐왔다.

서울시는 조만간 수색역 일대 복합개발계획을 밝힌다.이와 함께 코레일이 수색역 차고지와 정비기지 이전을 추진하면서 2007년부터 추진됐으나 10년 넘게 표류한 수색역세권 개발이 탄력을 받게 된 상황이다.

김 당선인은 "상암 DMC는 국내 대표 방송국들이 입주하며 미디어 산업의 중심지가 되고 있으나, 문화·상업적 콘텐츠는 부족하다"며 "수색역세권 개발을 통해 이 일대를 문화, 쇼핑, 상업시설 갖춘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역의 위상을 유라시아철도 출발점으로 높여 놓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계획에 대해선 "서울역은 공간이 부족해 개발에 한계가 있다"며 "이미 개발된 곳을 또 개발하기보다는 시 외곽을 좀 더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수색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비해 땅을 남겨둔 곳이므로 남북 철도 연결의 토대가 이곳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박원순 시장이 좀 더 전향적으로 생각하시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롯데쇼핑이 개발할 예정인 상암 DMC 복합쇼핑몰도 지역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소상공인과 공생하는 관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영역이 겹치지 않고 상권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김 당선인은 반전 드라마를 쓰며 당선된 '오뚝이'로도 주목받았다.지금까지 총 여섯 번의 선거를 치른 그에게 쉬운 선거는 없었다.

2003년 서울 은평구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하고서 2006년 서울시의원에 도전했으나 낙선했다.

한나라당이 서울 25개 구청장, 서울시의회 의석 96석을 '싹쓸이'한 선거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세 중 얼굴에 '커터칼 테러'를 당하고 "대전은요?"라고 묻자 지지율이 한꺼번에 10%포인트 확 빠졌다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대통령선거와 같은 날 치러진 2007년 보궐선거에서 다시 은평구의원이 됐다.

'어차피 지는 것 아니냐'며 나서는 후보가 나타나지 않자 출마했다.

당시 광역·기초의원 보궐선거에서 호남을 제외하면 유일한 민주당 당선자로 기록됐다.

제8∼9대(2010년∼2018년) 서울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은평구청장에 도전하는 과정에선 '오뚝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여론 조사상 지지율이 선두였음에도 불명확한 이유로 컷오프 대상이 돼 후보 경선조차 치르지 못할 뻔 했다.

주민 8천여 명이 민주당 중앙당에 탄원서를 낸 끝에 재심을 거쳐 6인 경선에 참여, 결선까지 치른 끝에 압도적 표차로 승리했다.

"이번엔 본선보다 당내 경선이 더 어려웠다"는 김 당선인은 자신이 구의원-시의원-구청장으로 이어지는 풀뿌리 정치의 단계를 차근차근 거치지 않았다면 어려운 상황을 버텨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5년 동안 은평구에 살았기 때문에 지역을 매우 잘 알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구의원 시절 동네를 하도 돌아다닌다고 해 '발바리', 시의원을 할 때는 '뚜벅이'로 불러주신 주민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지역에 어떤 시설이 부족한지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과 같은 풀뿌리 지역정치인이 있다면 적극 돕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 활동보다는 주민자치회, 학부모회, 청년회 등 지역활동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략 공천 등을 통해 지역에 '내려온' 인물보다는 보육·학부모 네트워크에서 열렬하게 활동하던 주민들이 발을 넓히면 좋은 풀뿌리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게 김 당선인의 생각이다.

김 당선인은 "지금처럼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 '바람'이 불 때는 정치활동만 해도 당선될 수 있다"며 "그러나 주민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지역사회로 들어가 활동해야 한다.좋은 인재를 보면 정치보다는 먼저 지역활동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