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애쓰는 전경련… 해체론 딛고 재기할까

양극화·흙수저·혁신성장 등 주제 행사 잇달아…시민사회단체는 "해체하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해체 위기에 내몰렸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변신을 위해 애쓰고 있다.'재벌 이익의 대변자'에서 재계의 싱크탱크로 거듭나 기업 정책뿐 아니라 저출산이나 4차 산업혁명, 양극화 등 국가·사회적 어젠다에 대해 의견을 내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지난 27일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와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나란히 참석하는 대담 행사를 열었다.

주제는 '양극화, 빈곤의 덫 해법을 찾아서'였다.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고,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대중적 인지도도 높은 크루그먼 교수를 초청해 양극화의 해법을 물은 것이다.

전경련은 또 다음 달 10일에는 '사다리 걷어차기' 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저자이자 경제학자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저격수로 불리는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를 불러 대담을 마련한다.

대담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인 '혁신성장'을 위한 혁신 생태계 조성 방안, 엘리엇 사태로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 지배구조의 해법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이는 작년 3월 전경련이 내놓은 혁신안의 연장선 위에 있다.

전경련은 폐지 논의가 한창이던 작년 3월 발표한 혁신안에서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조직 개편을 통해 한경연에 국가비전연구실을 신설하고, 저출산, 고령화, 소득 분배, 4차 산업혁명 등 국가적 의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겠다고 했다.작년 4월에는 소득과 관계없이 일정액을 지원하는 '기본소득제' 대신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안심소득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작년 8월에는 '사회 이동성 진단과 대안 모색:흙수저는 금수저가 될 수 없는가' 세미나를 열었다.

전경련은 다른 한편으로 민간 경제 외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미 재계회의, 한일 재계회의, 한중 재계회의, 한-캐나다 경제협력위원회, 한-호주 경협위 등 풍부한 해외 재계와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경제 외교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작년에 발표한 혁신안의 큰 두 가지 줄기는 싱크탱크로의 변신과 민간 경제 외교 강화"라며 "이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런 변화가 정부의 정책 기조나 사회 여론 등에 부응해 폐지론을 딛고 활로를 모색하려는 노력의 하나라고 보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단체장들과 간담회를 마련하며 전경련을 초청한 것도 정부가 전경련의 이런 변화 노력을 일정 부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정부 행사에 전경련이 초청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일정 조율의 어려움 등을 들어 27일 간담회를 연기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전경련 해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김 부총리와 전경련이 만나는 것이 알려지자 성명을 내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전경련은 정부의 대화·협력의 상대가 아니라 청산의 대상"이라며 "기재부는 전경련 초청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을 내 "'재벌 개혁-정경유착 근절-전경련 해체'를 주장하던 촛불시민들의 지지를 얻고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출범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해체에 대해 어떠한 움직임도 없다"며 "정부가 전경련 해체에 나서지 않고 공식 파트너로서 정경유착을 이어간다면 국민의 날 선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