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 '어찌하오리까'… 국방부, 보충역보다 긴 3년가량 검토

국방부, 헌재 판결 존중·현역병 '상실감' 차단 묘수 마련 고심
국방부 "합리적 방안 최단 시간 내 대체복무안 확정할 것"
국방부가 대체복무안을 마련해야 할 처지가 됐다.28일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결정한 데 따라서다.

이에따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대체복무를 반대했던 국방부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대안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국방부가 헌재 결정 직후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정책결정 과정 및 입법과정을 거쳐 최단시간 내에 (대체복무에 대한) 정책을 확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거로 봐서, 대체복무안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사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그동안 작지 않은 이슈였다.

청년들이 입영 및 집총을 거부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감옥에 가는 현실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더구나 병영 내 인권을 우선시하는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귀를 막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이런 가운데 헌재가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서도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 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병역법 제5조는 병역의 종류를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 등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 조항을 2019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해 대체복무제를 넣으라는 취지로 결정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해석이다.국방부는 적어도 이전 정부 때까지 대체복무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2009년 양심적·종교적 신념에 의한 입영 거부자란 용어 대신 '입영·집총 거부자'로 부르기로 공식 결정하기도 한 바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국방부도 변화를 모색해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가 대체복무안을 나름대로 준비해왔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소수 약자에 대한 인권 보호 목소리가 커지는 현상을 고려해 내부적으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책을 준비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그간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없고, 병역 의무의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체복무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현재 검토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 기준은 현역병 등과 병역 이행의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고, 보충역(사회복무요원 등)보다 고난도 업무 및 긴 복무 기간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후방에서 경계·대민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현역병들보다 복무 기간을 더 길게 하고, 고난도의 업무를 하도록 함으로써 현역병들이 '상실감'을 갖지 않도록 기준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체복무제와 유사한 사회복무요원들보다 복무 기간을 더 늘리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복무 기간은 현역병은 육군 21개월, 해군 23개월, 공군 24개월을 비롯해 보충역인 사회복무요원은 24개월, 병역특례요원인 산업기능요원은 34개월(현역대상), 26개월(보충역 대상) 등이다.

공중보건의와 공익법무관 등은 3년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복무 기간도 3년가량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또 하나의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대체복무 제도를 검토해나갈 것"이라며 "사회에서 일손이 모자라는 분야나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복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복무 기간을 길게 하고, 충분히 난도가 있는 곳에서 복무토록 하는 방안도 있다"면서 "사회에 도움이 되고, 병역이행 형평성에도 어긋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와 병무청은 조만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현황 파악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2013년부터 올해 5월 말까지 입영 및 집총 거부자는 2천756명이며 이 가운데 1천776명은 징역, 4명은 집행유예, 966명은 재판에 계류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