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범 율촌 변호사 "AI 시대엔 인문소양 갖춘 변호사 생존"

한국 법률 데이터 개방률 0.27% 불과…경쟁력 약화
“신입 변호사나 법무사들이 맡던 간단한 업무는 곧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것입니다. 간단한 판결의 경우 AI가 판사를 대체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박성범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사진)는 28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서 열린 ‘아시아 미래 AI포럼’에서 AI가 도입될 법률시장을 이렇게 내다봤다. “앞으로 AI 유무가 로펌의 경쟁력 차이를 낳을 전망”이라며 “법률시장의 인력 구성과 경쟁 구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율촌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 100대 로펌 중 77%가 업무에 AI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최초의 AI 변호사로 유명해진 ‘로스’가 대표적이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기반으로 한 로스는 240년간 축적된 판례를 몇 초 이내에 검색 가능하고, 결과를 변호사 요구에 맞춰 판단·분류할 수 있다.

2006년 미국 스탠퍼드대 로스쿨과 컴퓨터공학과가 공동 개발한 렉스 마키나는 공개된 판결문, 판례 등을 기반으로 개별 사건에 대해 판사가 내릴 판결을 예측할 수 있다. 그 정확도가 약 67%에 달해 숙련 변호사의 예측률(60%대)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하지만 한국 법조계에선 챗봇(채팅로봇) 구현, 법률문서 작성 등 초보적인 AI 활용에 그치고 있다. AI 제작에 중요한 빅데이터를 구할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2015년 처리된 민·형사 판결문 930만3559건 중 민간에 공개된 것은 2만4855건(0.27%)에 불과했다.

박 변호사는 단순 업무가 AI로 대체되면 변호사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변호사의 핵심 업무는 의뢰인과의 정서적 교감, 창의적인 솔루션 제시와 같은 영역”이라며 “인문학적 소양에 바탕을 둔 종합적 인지능력을 키워야 AI 변호사와 차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