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철 오리온硏 팀장 "대박난 생크림파이 2030 추억의 맛 살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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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만에 1000만개 팔려
양산형 과자에 생크림 넣기
11년 실패 끝에 개발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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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문배동 오리온 본사에서 만난 강수철 오리온연구소 파이개발2팀장(사진)은 “생크림파이는 11년에 걸친 실패 끝에 태어난 작품”이라며 “메가 히트상품인 초코파이의 아성을 이을 새로운 제품이 되기 위한 첫 관문을 통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생크림을 대량 생산하는 과자에 넣는 건 쉽지 않다. 온도 압력 등 조건이 조금만 바뀌어도 뭉개지거나 뭉치기 십상이다. 촉촉함을 더할수록 맛은 좋아지지만, 곰팡이 등 미생물이 번식할 우려가 있다.
강 팀장은 “맛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하루 30여 개의 파이를 먹으며 테스트했다”며 “위장병이 생겨 병원에 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십 번의 도전 끝에 방부제를 넣지 않고도 6개월 동안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생크림을 재료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강 팀장은 “젊은이들에게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간식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오리지널 초코파이는 40~50대에 어린 시절 기억을 되살려주는 과자”라며 “생크림파이가 20~30대 젊은 층에 ‘함께 나이 들어가는 간식’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과자 개발자들의 최대 고민거리는 소비자의 눈높이다. 강 팀장은 “커피 속 원두의 종류를 구분해낼 정도로 소비자 입맛이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양산형 디저트도 집 앞 베이커리에서 만든 것처럼 향과 맛, 색감이 신선하게 살아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빠들이 술자리 대신 집에서 아이들과 맛있는 저녁을 먹고 파이를 즐기는 모습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