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감경기 17개월來 최악… 하반기 급격한 경기침체 '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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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두박질치는 경기지표한국 경제가 내수 부진에 글로벌 무역 전쟁까지 겹쳐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17개월 만에 최악으로 치달았고 경기의 바로미터인 투자는 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기업 투자가 쪼그라들면서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투자·소비 동반 하락하고 수출마저 '위태'
경기선행지수·기업 경기전망 계속 내리막
"정부 낙관과 달리 경기 작년말 이미 꺾여"
소비심리에 이어 기업들의 체감 경기까지 냉각되고 있어 ‘투자 위축→생산 축소→가계소득 감소’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핵심 성장 동력이었던 수출마저 위태로운 모습이라 올 하반기 급격한 경기 침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다.◆투자·소비 2개월 연속 동반 하락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5월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3.2% 감소했다. 기계류 투자 증가율이 0.2%로 전월(3%)보다 큰 폭으로 꺾인 데다 운송장비 투자 증가율이 11% 감소한 탓이다. 설비투자는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설비투자 감소세가 이렇게 오래 지속된 건 2015년 3~5월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설비투자는 -1.9%, -4.4%, -3.8% 감소했는데 이번엔 -7.6%, -2.7%, -3.2%로 감소 폭도 더 크다.
설비투자는 경기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일종의 척도다. 지속적인 설비투자 감소가 경기 둔화의 전조로 여겨지는 이유다. 경기 확장 국면에선 설비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띠지만 경기 둔화 국면에선 설비투자가 위축되고 생산과 소비 감소로 이어져 경기가 악화하는 구조다.국책 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8.6%였던 총고정투자(설비+건설+지식재산생산물) 증가율이 올해 1.6%로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투자뿐만이 아니다. 소비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5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0% 감소해 4월(-0.9%)에 이어 두 달 연속 쪼그라들었다. 투자와 소비 지표가 2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건 지난해 7~8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그나마 수출 증가에 힘입어 전체 산업생산은 두 달째 미약하지만 증가세를 유지했다.
◆선행지수도 4개월 연속 뒷걸음질앞으로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해 4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 경기가 조만간 ‘하강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내 경기가 이미 지난해 말부터 꺾여 내리막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용과 통상 등 악화된 국내외 환경을 볼 때 연초 전망보다 한국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경기 회복 흐름이 유효하다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날 “수출 호조, 추가경정예산 집행 본격화,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등에 힘입어 회복 흐름이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얼어붙은 기업 체감 경기
경영 악화에 대한 우려로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이날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올 7월 전망치가 90.7로 100에 못 미쳤다. 기준치인 100에 못 미친다는 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곳보다 많다는 뜻이다. 7월 전망치(90.7)는 전월(95.2)과 비교해 큰 폭으로 하락했을 뿐만 아니라 17개월 만의 최저치이기도 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미·중 무역 갈등 심화에 따른 통상 환경 악화와 내수 부진,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이 비관적인 경기 전망에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빨라진 기준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부담도 경기 전망 악화에 영향을 줬다고 덧붙였다.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6월 BSI’도 다르지 않았다. 전체 산업 업황 BSI는 80으로 한 달 전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개선되는 듯하던 기업 체감 경기가 4개월 만에 다시 꺾였다.
김은정/김일규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