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깨고 회장 직행… '4세 경영' 구광모,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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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LG 구광모號’29일 LG그룹 총수에 오른 구광모 회장(40·사진)은 재벌가 4세 중에서도 외부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LG그룹 회장이 된 이날 새 프로필 사진이 나오기 전까지 4년간 각 매체에서 같은 사진을 썼을 정도다. 경영 전반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도 알려진 내용이 없다. 구 회장이 이끄는 ‘LG호(號)’가 어떤 모습이 될지 관심을 끄는 이유다.
LG그룹 이끌 구 회장 향후 행보는
취임식 없이 업무 시작…경영 큰그림 그릴 듯
지주사 역할 줄이고 계열사 CEO 역할 보장
연말 인사 때 대대적인 인적 쇄신 가능성도
◆구광모 회장의 향후 행보는회장이 바뀌었지만 LG그룹 측은 “취임식 등 공식적인 승계 행사는 아직 계획된 게 없다”고 밝혔다. 구본무 전 회장이 1995년 총수에 오를 때 그룹 이름을 ‘럭키금성’에서 LG로 바꾸며 대대적인 분위기 쇄신에 나섰던 것과 대비된다.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93)이 지켜보는 가운데 체계적으로 승계 절차를 밟은 구 전 회장과 달리 구광모 회장은 갑작스레 그룹 총수가 됐기 때문이다.
구 회장이 공개적인 자리에 처음 등장할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적어도 연말까지는 외부 노출을 자제하며 경영 구상에 집중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연내 주요 경영진과 함께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하는 등 그룹 총수로서의 위상을 보여주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구 회장은 향후 그룹의 경영 일정을 소화하며 계열사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갈 전망이다. 그는 매년 11월 열리는 LG그룹 사업보고회를 처음 주재하게 된다. LG전자와 LG화학 등 LG 계열사들이 지난 1년간의 경영실적과 다음해 경영계획을 보고하는 자리다. 내년 1월에는 ‘글로벌 CEO 전략회의’를 열고 계열사 경영진과 새해 사업전략을 구상한다.
LG그룹 내에서는 벌써부터 오는 11월 말과 12월 초 사이에 이뤄질 그룹 사장단 및 임원 인사에 주목하고 있다. ‘구광모 시대’를 맞아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구 회장과 같이 일한 경험이 있는 권순황 LG전자 B2B사업본부장(사장)과 권봉석 LG전자 HE사업본부장(사장), 정철동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사장), 백상엽 LG CNS 미래전략사업부장(사장) 등이 중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선대 경영철학 계승할 듯그동안 LG그룹 지주사인 (주)LG 대표이사를 구 회장이 맡을 것이라는 전망은 있었지만 직급은 사장이나 부회장으로 예상한 이들이 많았다. 아무리 오너라도 한 번에 여러 단계의 직급을 건너뛰지 않는 LG의 보수적인 문화 때문이다. LG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등 구본무 전 회장의 직책을 대부분 승계한 마당에 회장직을 이어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현직 그룹 회장이 갑자기 별세한 데 따른 공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구 전 회장이 맡았던 LG연암학원과 LG복지재단 이사장 자리도 차례로 승계할 수 있다.
다만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30층에 있는 구 전 회장의 집무실은 당분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별도 사무실을 이용하며 고인을 추모할 계획이다.구 회장은 전문경영인의 활동 영역을 최대한 보장해준 선대의 경영철학을 계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주사의 역할을 과거보다 축소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G 측은 “구 회장은 미래 준비와 인재 투자, 정도경영에 집중할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LG 사업에 대해 전문경영인들과 함께 호흡하고 고민하며 최고경영자(CEO)와 사업본부장 등 주요 경영진을 발굴·육성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영 현안을 챙기면서 상당 기간 미래 준비를 위한 구상에 집중할 것이라는 얘기다.
올해 마흔인 구 회장 나이와 관련해서는 과거 사례와 비교해 아주 젊은 편은 아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9세이던 1981년 회장직에 올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8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36세에 총수가 됐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각각 35세와 40세에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