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는 싱가포르, 미러는 헬싱키… '중립지대' 왜 뜨나

타임, 헬싱키가 완벽한 장소인 5가지 이유 보도…역사적 배경도 한몫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달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만나기로 하면서 '중립지대'가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정상회담 무대 선정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특히 수십년간 적대적 대결을 이어오면서 외교관계 자체가 없거나 장기간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돼있을 경우 양자간 담판의 장소로서 중립지대가 갖는 가치가 높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번 만남은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러 정상의 첫 공식 양자 회담이다.

따라서 어느 한쪽에 무게추가 기울지 않는 장소를 고르는 데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8일(현지시간) 헬싱키가 완벽한 미러 정상회담 장소인 5가지 이유를 꼽으면서 역사적 배경과 중립성에 주목했다.

타임은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아니라는 점에서 "트럼프와 푸틴에게 모두 중립적인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나토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옛 소련의 잠재적인 침공으로부터 유럽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군사동맹이기 때문이다.실제로 핀란드는 대부분의 냉전 기간에 동구권과 서구권 사이에서 갈등 조정자의 역할을 시도했다고 타임은 보도했다.

이처럼 중립성을 우선순위에 놓고 역사적인 정상회담 장소를 고른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세기의 만남으로 불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6·12 북미정상회담이 양국 모두와 외교관계를 맺은 데다 '아시아의 제네바'로 불릴 정도로 불편부당한 외교 노선을 채택한 싱가포르에서 열린 것이 최신 사례다.양국 정상의 동선이나 정치적 노림수를 고려해봐도 헬싱키는 최적의 선택이라고 타임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러 정상회담 직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영국을 방문한다.

유럽에 머무는 동안 푸틴 대통령과도 같은 대륙 안에서 만나는 게 동선상 편리하다는 것이다.

특히 나토에 안보비용 추가 부담을 요구하며 다른 회원국들과 각을 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非) 나토 국가에서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하는 데에는 나토에 비판적인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노림수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푸틴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정상회담 전날인 7월15일 자국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이 막을 내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멀리 이동하기 어렵다.

모스크바에서 항공편으로 2시간이 안 걸리는 헬싱키가 최적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또 푸틴 대통령은 이틀 연속 전 세계 TV 중계를 탈 수 있는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런 현실적 요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역사적 맥락이다.

1975년 제럴드 포드 당시 미국 대통령과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등이 만나 동서 관계 개선을 위해 서명한 '헬싱키 협약'의 무대가 바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장소인 핀란드 헬싱키이다.

이후 소련 붕괴 직전인 1990년 조지 H.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만나 걸프 사태에 대해 논의한 장소 역시 헬싱키였다.이런 점에서 헬싱키의 역사는 이 도시를 미러 정상회담 장소를 고르는 데 있어 '쉬운 선택'으로 만든다고 타임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