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점상 합법화… "양성화냐, 면죄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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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기존 노점상에 허가서울시가 ‘노점상 허가제’를 공식 도입한다. 대부분이 불법이던 기존 노점상은 시가 마련한 일정 기준을 통과하면 내년부터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그간의 불법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조치인 데다 기존 노점상만 혜택을 받게 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싼 상가 임차료를 부담하는 인근 상인과의 갈등, 현금 결제에 따른 세금 회피 등의 논란도 재연될 것이란 전망이다.◆불법 노점상 ‘양성화’냐 ‘면죄부’냐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전국노점상연합과 시민단체, 전문가로 구성된 ‘거리가게 상생정책자문단’ 운영위원회를 열어 ‘거리가게 가이드라인’을 전원 찬성으로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한다. 가이드라인이 나옴에 따라 각 구청은 노점상 허가를 위한 심의 절차와 기구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타인에게 전매·전대·담보 금지
市 "기업형 노점상은 불허"
민주노점상聯 반발…불씨 남아
"불법영업에 면죄부 준 셈"
"사실상 탈세 허용" 비판도
서울 시내 노점은 7307개(2017년 10월 기준)로 대부분 불법이다. 자치구로부터 도로점용허가를 받고 영업 중인 곳은 1000여 개에 불과하다. 6000여 곳 이상이 불법 영업 중이라는 의미다.
서울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노점상은 1년마다 도로점용허가를 받으면 된다. 토지가격의 0.7%를 도로점용료로 낸다. 노점상 운영은 허가받은 사람이 해야 하지만, 질병 등의 사유가 있을 때는 예외적으로 60일간 가족 운영이 허용된다. 신규 노점은 원칙적으로 불허한다. 다만 특화거리 조성 등 필요 시 제한적으로 허가를 내줄 방침이다.노점은 유효보도 폭이 최소 2.5m 이상인 곳에 들어설 수 있다. 점용면적은 3×2.5m 이하로 규제된다. 판매대는 안전사고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이 가능해야 한다. 도로점용권의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해 전매·전대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금지한다.
◆대형 노점상 인허가 둘러싼 기 싸움도
서울시가 전국노점상연합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등과 자문단을 구성하고 허가제를 추진한 건 2013년 12월부터다. 4년여 만에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민주노점상연합은 일정 자산 이상의 대형노점상은 허가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서울시 방침에 반발해 자문단에서 탈퇴해 불씨가 남았다. 민주노련 관계자는 "서울시 상생위원회 구성원에 관한 문제, 노동정책에 대한 신뢰성 부족, 지자체별로 정책에 반하는 현장 대응의 문제 등의 이유로 이것이 해소되지 않으면 상생위원회에 함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자치구마다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자산한도는 구청장 재량에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다.노점상 인근에서 영업 중인 점포상인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 입장에선 가장 큰 문제”라면서도 “여러 해 동안 장사해온 노점상이 적용 대상이라 큰 갈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세’ 이슈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도로점용허가가 나면 카드단말기 설치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차츰 세수로 잡힐 것이라고 기대했다. 위생 문제도 만만찮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식품 영업장을 운영하려면 별도 허가가 필수다. 허가를 받으려면 법에서 규정한 시설 기준과 위생 수준을 지켜야 하는데 이를 만족하는 노점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우려에 시는 “1년에 한 번 이상 위생·전기·가스 등 안전교육을 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가이드라인의 원활한 정착·시행을 위해 자치구별 조례·지침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시민과 상인들을 대상으로 취지·내용 홍보, 부작용 및 대안 검토 등을 계속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