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정보국 "北, 핵탄두와 핵시설·장비 은폐… 美 속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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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언론 '北 암묵적 핵보유국 유지' 의혹 제기미국 국방정보국(DIA)이 지난달 12일 미·북 정상회담 이후 새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탄두와 관련 장비·시설을 은폐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6월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NBC 방송도 정보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최근 몇 개월 새 여러 비밀 장소에서 핵무기 제조를 위한 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렸다”고 전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 것과 정반대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WP '정보당국 보고서' 보도
"영변 외에 평안남도 강선에
대규모 우라늄 농축시설 존재"
NBC "북한 최근 몇개월 새
농축 우라늄 생산 늘려
완전한 비핵화와 정반대 태도"
WP에 따르면 DIA는 미국이 북한의 전체 핵 시설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북한이 미국을 속인 채 핵탄두, 미사일, 핵 개발 시설 수를 실제보다 적게 보이게 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65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지만, 북한은 이보다 훨씬 적은 수의 핵탄두를 가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 숫자를 낮춰 보고하면 신고된 핵무기를 모두 폐기해도 실제로는 몰래 핵을 보유할 수 있다.또 미 정보당국은 2010년부터 강선(평안남도 추정)에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으며 이곳의 농축 규모는 영변의 두 배로 보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은 영변 한 곳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도 최근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영변에서만 12개의 핵탄두 제작을 위한 핵분열성 물질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했다.
NBC도 미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핵미사일 생산을 중단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지만 이들이 미국을 속이려고 한다는 절대적인 증거가 있다”며 “영변 이외 한 개 이상의 비밀스러운 장소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는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비핵화할지, 검증은 어떻게 할지는 협상하지 않고 있다.
WP는 “지난 5월 북한은 핵 실험 현장을 철거하는 ‘쇼’를 보여준 뒤 다른 핵 생산시설, 화학무기, 운반 시스템 등을 폐기하려는 증거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전문가들도 북한이 모든 핵무기 시설을 공개 및 폐기하지 않고, 일부를 숨기면서 ‘암묵적 핵보유국’으로 남으려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미 정보당국자는 외신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핵무기 폐기에 관한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사실이지만 북한이 미국을 기만하려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미 정부가 북한을 완전히 비핵화하기 위해서는 전례 없는 규모의 사찰단을 북한에 투입해야 하지만, 여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북한이 이에 합의할 가능성도 작다고 WP는 지적했다.
김형규 기자/워싱턴=박수진 특파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