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의 베트남 경제 돋보기] "나는 당신이 어젯밤에 한 일을 다 알고 있다"

(사진 출처: Dennis Jarvis_flickr)

《본 칼럼에서는 지난 회 칼럼(2018.6.5일자 ‘베트남 발전모델 30년 통해 본 북한개방순서’-북한 개혁개방과 FDI투자진출 예상 시나리오에 이어 두 번째로 베트남개방 초기 베트남 주재원들의 생활경험담을 살펴봄으로써 향후 북한에 주재하게 될 외국인들의 생활환경을 예측해 보고자 한다.》“나는 당신이 어젯밤에 한 일을 다 알고 있다.”

이 말은 1990년대 중반 초대 코트라(kotra) 호찌민무역관 P관장이 `베트남투자가이드` 자서전에 밝힌 내용이다.

어느 날 P관장이 베트남 고위관료와 골프를 치게 됐는데 그 고위관료가 "P관장, 한국에 잘 다녀오시오!" 하더라는 것이다.잠깐 생각해보니 무심코 듣고 지나칠 말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P관장이 한국에 간다는 사실을 말해 준 사람은 베트남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베트남인 여비서를 통해 전화로 항공사에 항공티켓을 재확인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P관장은 결국 그 여직원을 범인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호찌민에 한국기업인이 약 300명쯤 있던 베트남 개방초기 시절, 오피스와 주거용 주택을 구하기가 어려워 호찌민 1군 시내 중심가 동코이거리에 근접한 A호텔에 방 2개짜리 스위트룸을 빌렸다.

방 하나는 주거용으로 다른 방 하나는 사무실로 1년 4개월 정도 사용했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호찌민 인민위원회(Hochiminh People Committee)소속 한국담당관 H와 저녁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그가 갑자기 "Mr. 김, 축하합니다! 당신이 2등 했소." 하는 것이었다.필자가 `디 쩌이(Di Choi:베트남어-외출하다/놀러가다)부문 호찌민주재 한국기업인 전체 2위`를 했다는 설명이었다.

웃으며 넘어갔지만 말로만 듣던, (당국으로부터 감시당하고 있다는) 소문을 직접 확인한 순간이었다.

호텔거주자(외국인)의 경우, 호텔종업원들이 24시간 근무하기 때문에 일반주택거주자(외국인)보다 비교적 감시가 수월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후, 40세 전후로 추측되고 얼굴에서 미소를 찾기 어려웠던 A호텔 프론트 데스크 매니저가 공안(보안경찰)이라는 말도 들렸는데, 살펴볼수록 그것이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A호텔이 베트남국영기업 소유인데다, 가령 필자가 호텔 정문을 나서거나 외출했다가 들어올 때 눈인사를 하자마자 바로 컴퓨터에 무언가 입력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베트남 개방초기 현지 주재원들 사이에는 `외국인들의 사생활이나 업무내용을 당국자가 모두 다 알고 있다` 즉, `(외국인인) 당신이 어젯밤 한 일을 다 알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중요한 장소나 접대 자리에 갈 때는 기사(승용차)를 일찍 귀가시키고 택시나 3륜 택시인 씨클로(cyclo)를 몇 번 갈아타고 게릴라식으로 가라"는 `매뉴얼`이 족보처럼 전해졌다.

심지어 개혁정책인 `도이머이` 시행 초기인 1987년에는 베트남인들에게 `외국인과 길거리에서 마주치더라도 세 마디 이상 대화금지` 또는, `외국인과 대화할 경우 공안부서에 내용 신고` 혹은 `외국인과 현지인이 대화를 하면 담당공안이 달려와 대화 내용을 확인하더라`, `베트남 방문 정식비자를 받고 호찌민이나 하노이에 입국하더라도 지방을 방문하려면 별도의 허가를 다시 받아야한다` 등의 소문이 파다했다.

이처럼 당시에는 운전기사, 식모, 직원 등 외투기업소속 내부인이 정보원역할을 한다든지, 외국인 VIP나 외국의 주요 인사들의 베트남 방문 시 회의내용을 녹취한다든지, 외국인에 대해 북한의 5호담당제 같은 보안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든지 등의 소문이 무성했다.

만약 이 같은 소문들이 사실이었다면, 그렇게 수집된 주재원의 개인·기업에 관한 정보와 약점 등은 유사시에 정치, 외교, 안보, 세금 추징 등을 이유로 활용되거나 사업 이권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여기 많은 사람들 중 외국인은 당신 한명 뿐!"

끝으로, 조금 다른 관점이지만 베트남 개방초기에 진출했던 현지 주재원들은 현지 기업인들과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환대를 받았다.

당시에는 외국인의 숫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희소성의 원칙에 의한 대우와 특수’를 누렸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오랫동안 닫혀있던 나라가 개방되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현지 주재 외국인들을 새로운 세상으로 연결하는 연결고리(Connecting Link), 또는 세계로 나가는 문(World Gate)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25년 전 한 베트남인이 필자에게 한 말이 지금도 귀에 맴돈다.

"Mr. 김, 여기 많은 사람들 중 외국인은 당신 한명 뿐입니다!"◇ Next칼럼: "대한민국 칠포 세대, Never Give Up (절대 포기금지)."

(※ 칠포세대: 연애 ,결혼, 출산, 내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 등 총 일곱 가지를 포기한 2030세대를 일컫는 말)

한국경제TV 핫뉴스




ㆍ티몬, 초소형 전기차 `다니고` 100대 선착순 판매 개시

ㆍ강성훈 박소현, 카메라 꺼진 줄 모르고 포옹하다…`들통?`

ㆍ개리 아내, `아무도 몰랐다`…10살 연하 리쌍컴퍼니 직원?

ㆍ손예진 나이?…"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ㆍ낸시랭 “올해 한국 떠날 것, 다른 나라서 인생 2막”


ⓒ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