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통장매매… 하남 포웰시티 '불법' 108명 적발

국토부 "계약취소 의무화"
‘로또 아파트’로 불리며 청약 열풍이 불었던 경기 하남시 ‘포웰시티’(조감도)에서 위장전입, 위장이혼 등 100건 넘는 불법청약 의심사례가 적발됐다. 이에 정부는 불법청약으로 성사된 계약을 강제로 취소시키고 무주택 서민에게 재공급하는 대책을 내놨다.

국토교통부는 하남 포웰시티의 특별공급과 일반공급 당첨자의 불법청약을 점검한 결과 위장전입 77건, 청약통장 매매 또는 불법 전매 26건, 허위 소득 신고 3건, 해외 거주 2건 등 총 108건의 불법행위 의심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들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앞서 디에이치자이 개포, 과천 위버필드, 논현 아이파크,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 등 서울과 경기 과천지역에서 청약 과열양상이 벌어졌던 단지에서도 위장전입 등 불법청약이 다수 드러났다.포웰시티 일반 청약 당첨자인 A씨는 위장이혼이 의심된다. B씨와 1988년 결혼했다가 2013년 11월 이혼한 뒤 1년 만인 2014년 다시 혼인신고를 했으나 또다시 지난해 12월 이혼하는 등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다. 청약 당첨을 위해 위장이혼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청약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장애인 특별공급 물량을 받기 위해 명의도용한 사례도 드러났다. C씨는 장애인 특별공급 당첨자인 D씨와 E씨를 대리해 계약서에 서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D씨와 E씨가 C씨에게 장애인 특별공급으로 추천받은 지위를 불법양도한 것으로 국토부는 의심하고 있다.

해외 장기 체류자가 1순위로 당첨된 사례도 나타났다. F씨는 하남시에 1년 이상 거주한 자격을 충족해 아파트에 당첨됐다. 아버지가 대리계약한 것으로 의심한 단속반이 추적한 결과 F씨는 외국에 파견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1년 이상 해당 지역에서 살지 않으면 기타 지역 거주자로 청약해야 하는 거주요건을 위반한 것이다. 이 외에도 우선입주 조건을 채우기 위해 위장전입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이 같은 불법청약을 근절하기 위해 국토부는 공급질서 교란행위가 적발되면 이미 체결된 공급계약을 취소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현재는 불법행위가 적발된 계약에 대해 사업 시행자가 당첨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의무적으로 취소할 필요는 없다. 계약이 취소된 주택이 투기과열지구 내에 있는 등 일정 조건에 부합되거나 취소된 물량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 이를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재공급하게 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이른 시일 내 주택공급규칙 등을 개정할 방침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