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논란 커지는 트럼피즘(Trumpism)

김태완 논설위원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주의)’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였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처음엔 노선이나 사상을 의미하는 말은 아니었다. “즉흥적으로 막말을 하는 트럼프에게 ‘주의(-ism)’를 붙이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가 유세 기간에 쏟아낸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 “이슬람교도의 입국을 금지하겠다” 등의 말은 그가 소속된 공화당 생각과도 동떨어진 것이었다.

그래서 ‘트럼피즘’은 “자극적인 언행으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을 조장하는 포퓰리즘 선동” 또는 “트럼프의 극단적 주장에 대중이 열광하는 현상”으로 규정됐다. 트럼프(Trump)와 ‘-ism’의 합성어가 아니라 트럼프와 포퓰리즘(populism)의 합성어라는 주장도 나왔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뒤 ‘막말’은 점점 ‘정책’으로 구체화했다. 이에 따라 트럼피즘도 ‘현상’이 아니라 ‘주의’로 격상됐다. 종합적으로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치적으로는 고립주의, 경제적으로는 보호주의, 사회적으로는 실용주의가 트럼피즘의 뼈대를 형성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미국 내에서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트럼피즘에 대해 혼란스러워한다. 일관되지 않은 데다, 비합리적이고 불규칙적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발(發) 무역전쟁이 세계를 경제위기 공포로 몰아넣으면서 트럼피즘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알루미늄에 이어 중국산 기술 제품에도 조만간 관세 부과를 최종 결정한다. 수입 자동차에 대해서도 추가 관세부과를 강행할 태세다. GM 등 미국 기업들이 미국 내 일자리 감소를 경고하고, 그의 측근 인사들조차 “전술을 바꿔야 한다”(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백악관 공보국장)고 주장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오히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도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라인스 프리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은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대해 “포퓰리즘이나 내셔널리즘이 아닌 트럼피즘”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무역불균형 반대자였다”며 “무역문제에 관한 한 뼈다귀를 문 개처럼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피즘의 특징 중 하나는 동맹도 적도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도 “중국만큼 나쁘다”며 보호주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은 3732억달러의 대미 무역흑자를 냈다. 한국은 그 규모가 179억달러로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지속적인 흑자국이어서 무역 보복 위험은 상존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트럼피즘은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김태완 논설위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