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무조건 재밌어야… 저예산 히어로物이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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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각본에 제작까지 맡은 박훈정 감독영화 ‘마녀’가 지난달 27일 개봉 후 흥행 1위를 달리며 6일 만에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워너브러더스가 총제작비 85억원을 투자하고 전 세계에 배급하는 이 작품은 조만간 손익분기점 230만 명을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마녀’는 초능력 여고생을 내세운 ‘한국형 히어로’ 시리즈물의 탄생편이다. 범죄영화 ‘신세계’의 박훈정 감독(44·사진)이 각본 및 연출, 제작까지 1인3역을 맡았다. 지금까지 모든 작품을 직접 쓰고, 연출까지 겸한 박 감독을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소녀 주연의 '한국형 히어로물'
개봉 6일 만에 관객 100만 돌파
'신세계' 'VIP' '대호' 만든
박 감독에 美 워너사 85억 투자
1500명 오디션서 주연 찾아내
하고픈 얘기 많아 각본 작업도
“한국 영화에 없던 캐릭터이고, 없던 시리즈예요.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국내 관객들도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하니까 편하게 받아들일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 ‘대부’나 제가 감독한 ‘신세계’처럼 진중하고 묵직한 서사극으로 내놨습니다.”‘마녀’는 살인병기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고 착한 농부들의 품에서 자란 소녀 구자윤이 어느날 초능력자 집단에 쫓기면서 괴력을 발휘해 맞서는 이야기다.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할리우드 히어로물에 자주 등장하는 ‘먼치킨 캐릭터’를 설정했어요. 어린 초능력자이고 엉뚱한 면모의 캐릭터 말이죠. 그런 인물을 한국적인 상황으로 가져와 실사화한 겁니다.”그는 기술 발달로 예전보다 적은 비용으로 슈퍼히어로물인 ‘마녀’를 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인 여배우의 단독 주연이란 점은 리스크였지만, 구조만 잘 짜면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시리즈물이 국내에서도 흥행 상위권을 휩쓸고 있어요. 반면 한국 영화들은 제작비는 계속 오르는데도 마땅한 소재를 찾기 어렵고요. ‘저예산 슈퍼히어로’ 시리즈가 돌파구라고 봤습니다. 미국 워너브러더스 본사가 기꺼이 투자를 결정해주더군요.”
그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까 고민했다. 외계인(슈퍼맨), 특수장비(아이언맨), 벌레에 물린 경우(스파이더맨) 등이 있지만 유전공학이 가장 현실적인 설정이었다고 했다. 구자윤 역의 신인배우 김다미는 오디션을 통해 찾아냈다.“기존 배우 중에서는 여고생 초인영웅인 구자윤 역을 떠올리기가 어려웠어요. 얼굴에서 순수와 악마의 극단을 자연스럽게 표출해야 했거든요. 1500명가량 오디션을 봤는데 거의 포기하고 싶은 막판에 딱 맞는 인물을 찾았어요.”
박 감독은 대학을 중퇴하고 1994년 입대해 5년간 하사관으로 복무한 뒤 중사로 1999년 말 제대했다.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기 위해 충무로에 무작정 나와 독학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부당거래’(272만 명), ‘악마를 보았다’(181만 명)의 각본으로 인정받은 그는 ‘혈투’(4만4000명)로 데뷔했지만 흥행에 참패했다. 이후 화제작 ‘신세계’(468만 명), ‘브이아이피’(137만 명), ‘대호’(176만 명) 등의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영화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지론이에요. 겉멋이 드니까 그걸 까먹고 흥행에 실패하기도 했어요. 초심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결실이 이 영화예요. 관객의 시간을 뺏으면서 제 작품의 의도를 봐달라고 해선 안 되죠. 관객들이 즐기고 집중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 겁니다.”연출과 각본을 병행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내 각본을 다른 좋은 감독이 영화화한다면 드리죠. 그런데 그런 감독이 나서지 않아서 제가 직접 메가폰을 잡습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