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수·노정희 대법관 제청 이념논란… "진보편향" vs "균형"

진보성향에 '사법부 좌편향' 주장…대법관 1명, 헌법재판관 5명 추가교체
"金·盧 대법관 최적합 인물" 반론…재판관 중 3명은 국회가 지명
김명수 대법원장이 2일 대표적인 진보성향 법조인인 김선수(57·사법연수원 17기) 법무법인 시민 변호사를 대법관으로 제청하면서 사법부 내에 이념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문재인 정부 들어 5명의 대법관(대법원장 포함)과 1명의 헌법재판관이 이미 교체된 데 이어, 3명의 대법관 후보가 임명 제청됐다.

올해 안에 1명의 대법관과 5명의 헌법재판관(헌법재판소장 포함)이 더 교체될 예정이다.

한동안 보수적 색채가 짙었던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의 빈자리를 진보·개혁 성향의 법조인들이 채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치권 등에서 사법부가 좌편향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특히 김 변호사가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김 변호사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당시 변호인 단장을 맡았다.

김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 위원과 대통령 자문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장을 지내기도 했다.김 변호사의 이력을 놓고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대법관에 편향적인 인사가 들어간다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한다.

김 변호사와 함께 대법관으로 제청된 노정희(55·연수원 19기) 법원도서관장도 진보적 성향의 법관이다.

노 관장은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소속이었다.'여성 종원의 후손은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관습법은 우리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등 진보적 판결을 주로 내렸다.

보수 진영의 시각과 달리 법조계에서는 오히려 김 변호사와 노 관장이 대법관으로 적합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김 변호사는 27회 사법시험 수석합격 출신으로 노동법 분야 권위자이며 동료 법조인들로부터 신망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동법뿐만 아니라 민법과 상법 분야에서도 현직 대법관 못지않은 식견을 갖췄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변호인 단장을 맡은 이력 역시 하등 문제없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한 위원은 "연쇄살인범이나 파렴치한 기업 총수도 양질의 변호를 받을 권리는 있다.

당연히 통합진보당도 해산심판에서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통합진보당원도 아닌 김 변호사가 변호인 단장을 맡은 것은 우리 사회에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 관장도 진보성향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오히려 법치주의에 입각한 엄격한 판결에 가깝다는 평가가 법조계에 적지 않다.

지난해 9월 민청학련 사건 피해자 유인태 전 의원의 배상청구권을 "국가에 대한 배상청구권의 시효인 6개월이 지났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 대표적이다.

광주고법 부장판사 시절에는 상습적으로 남성들을 유혹해 금품을 뜯어낸 60대 여성에게 "우울증 등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정을 고려해도 엄중한 처벌을 통해 절도 습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노 도서관장은 철저한 법치주의자로 진보성향 판사로 분류하기 힘든 인물"이라며 "우리법연구회도 진보 성향 때문에 가입한 것이 아니라 순수한 학문적 목적으로 활동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 대법원장의 이번 대법관 제청이 일각의 우려와 달리 상당히 균형잡힌 인사였다는 의견이 있다.

재경지법의 또 다른 부장판사는 "앞서 김 대법원장이 임명제청한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은 진보적 성향이기보다는 오히려 보수성향에 가까운 중도적 인물이었다"며 "이번에도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김 변호사와 보수성향인 이동원 제주지법원장과 함께 중도성향에 가까운 노 도서관장을 임명제청 하면서 균형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는 9월에 단행될 5명의 헌법재판관 교체 과정에서는 일각에서 우려하는 이념편향 논란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명의 신임 헌법재판관 중 3명은 국회에서 지명하고, 나머지 2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기 때문이다.

국회 지명은 여야가 각각 자신들 몫으로 1명씩, 여야 합의로 1명을 지명하기 때문에 편향문제가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김 대법원장이 지명할 재판관 2명을 두고 또다시 진보편향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물론 김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제청 경향을 균형적이었다고 평가하는 쪽에서는 헌법재판관 지명 역시 편향적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