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 가까이에 있는 '큰바위 얼굴'

SK·GS 손잡은 '주유소 택배'처럼
소비자 편익 더 생각하는 기업들
'사회적 가치' 제고의 길 넓힐 것

정광호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행정학 >
미국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의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에 나오는 ‘개더골드’는 이름처럼 부만 좇는 인물이다. 타인의 아픔에는 공감하지 않고 늘 자신의 이익만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 잇속만 챙기는 철면피를 “개더골드 같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개더골드와 대비되는 인물로는 ‘큰 바위 얼굴’ 어니스트가 있다. 그는 눈앞의 개인 이익보다 사회 전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 큰 바위 얼굴은 이윤 창출에 앞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몇몇 기업을 떠올리게 한다. 주유소 인프라를 사회와 공유하겠다고 밝힌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대표적이다.주유소 골목 상권을 두고 50년 넘게 경쟁해온 두 회사는 공유경제 활성화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손잡았다. 회사의 핵심 자산인 ‘주유소’를 공공에 개방해 사회 전체 효용을 늘리기로 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배타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주유소 자산이 공공에 개방되자 이를 사회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즐거운 고민이 시작됐다. 국내에는 주유소 1만2000여 곳이 있으며,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그중 절반 이상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주유소는 3500여 곳에 불과한 전국 읍·면·동사무소보다도 촘촘히 있다. 유통업체나 제조업체 등 다수에 매력적인 사업 거점이 될 요소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공공의 의견을 접수하는 동시에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나름의 방식으로 주유소 거점을 활용한 사회적 가치 창출 방안을 내놓았다. C2C(개인 대 개인) 택배 서비스 ‘홈픽(homepick)’을 선보인 것이다.택배 서비스 이용 고객의 편리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 동선 간소화를 통한 택배 기사들의 업무량 감소…. 홈픽 서비스를 선보인 후 창출된, 당장에 눈에 띄는 사회적 가치만 해도 이 정도다.

주유소를 물류 거점화한 이번 결정은 국가 단위 효율성 제고로 이어질 전망이다. 가격 경쟁이 심화되며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주유소업계에는 무한한 변화 가능성을 제공했다. 물류 공간 확보 방안을 고민하는 중소 규모 업체들에는 주유소 유휴 부지가 답안이 돼 줄 것이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홈픽 출범이 주유소 인프라 공유의 첫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주유소 개방이 본격화되면 더 큰 사회적 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회사는 주유소를 활용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더 큰 공유경제 확산과 사회적 가치 창출이다.개인과 개인의 거래는 물론이고 법인과 개인 간 거래도 ‘다품종 소량’이 대세다. 물류가 복잡해진다는 얘기다. 주유소가 물류 대동맥이 된다면 그 복잡함도 해결할 수 있다. 대기업부터 유통전문기업, 스타트업의 물류를 해결해 주는 유통생태계의 혁신이다.

다시 《큰 바위 얼굴》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호손은 부를 쌓거나 권력을 쥐는 것만으론 존경받는 인물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자애와 진실, 사랑을 설파하는 ‘큰 바위 얼굴’을 닮아 가야 한다고 말한다. 굴지의 에너지화학 기업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선보인 홈픽 서비스는 그래서 더 반갑다. 자신의 힘을 사회에 쏟는 ‘큰 바위 얼굴’과 같은 기업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기업들에 무거운 책임을 지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조금만 곁을 내어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