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대법관 인사청문 줄줄이 대기… 국회는 38일째 '개점 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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院구성 협상 '헛바퀴'…인사청문 일정도 '캄캄'여야의 20대 후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이 역대 최악의 수순을 밟고 있다. 16년 만에 후반기 원구성이 6월을 넘기는 기록을 남긴 데 이어 경찰청장 인사청문회까지 ‘패싱’하는 초유의 사태를 눈앞에 두고 있어서다. ‘개점 휴업’이 38일째를 맞고 있지만 세비는 정상적으로 지급되는 상황을 두고 국회의원에게도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경찰청장 청문회 없이 임명하나
지난달 국회에 청문 요청서 제출
20일 내에 보고서 채택 못하면
대통령이 직권 임명 가능
대법관 3명 동의안도 곧 송부
여야 합의로 특위 구성 필요한데
院구성 지연·국회 파행 장기화로
대법관 공백사태 발생할 수도
◆경찰청장 ‘청문회 프리패스’하나지난달 20일 민갑룡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서가 국회에 송부됐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는 위원장 및 위원이 없는 공백 상태다. 오는 9일 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면 사실상 청문회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행안위 미구성으로 청문회가 열리지 않으면 민 후보자는 2003년부터 4대 권력기관장(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이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된 이후 처음으로 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경찰청장이 된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청문결과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 청와대가 다시 인사청문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독촉’하는 절차를 포함하면 최대 30일까지 계류가 가능하다. 벌써 절반을 넘겨 16일(5일 기준)이 지났다. 이 기간이 지나면 대통령은 직권으로 경찰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 민 후보자 개인으로서는 까다로운 야당의 검증을 피하는 ‘행운’이지만 국회는 사상 초유의 ‘청문회 패스’ 사태에 대한 비난 여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곧 국회로 송부될 신임 대법관 후보자 3명도 청문절차를 밟기는 쉽지 않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2일 김선수 변호사, 이동원 제주지방법원장, 노정희 법원도서관장을 신임 대법관 후보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국회에 이들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대법관은 국회의 임명동의절차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상임위가 아니라 별도의 인사청문특위를 여야 합의로 구성해야 한다. 국회 파행이 장기화할 경우 전임 대법관의 임기 만료 시한인 8월 말을 넘어서도 신임 대법관을 임명하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여야는 대법관 후보자들에 대한 입장차가 뚜렷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찬성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김 변호사와 노 관장 등 2명의 과거 이력을 문제삼으며 “현 정권 입맛에 맞는 코드 인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법안 처리는 엄두도 못 내
여야 원구성 협상이 지지부진한 핵심 이유는 상임위 자리다툼 때문이다. 교섭단체 정당이 4개나 되는 다당(多黨)도 한 요인이다. 특히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연합해 20석을 만든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이 협상 테이블에 새롭게 등장하면서 변수로 떠올랐다. 평화와 정의가 야당 몫으로 배정된 국회 부의장 자리를 달라고 요구하면서 협상이 더 교착상태에 빠졌다.국회의장단은 국회의장 1명, 부의장 2명 등 3명으로 구성한다. 모두 여야 원내대표 협상에 따라 배분한다. 통상 관례에 따라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국회의장 직을 가져가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부의장 두 자리를 놓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평화와 정의 등 세 곳이 경쟁하고 있다. 법안 통과의 최종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와 청와대를 피감사기관으로 두고 있는 운영위원회 역시 민주당과 한국당이 양보 없는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들은 5일 국회에서 만나 협상에 임했지만 소득없이 끝냈다.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국당 내홍으로 의장 없이 제헌 70주년을 맞는 위기에 봉착했다”며 “원구성 지연 작전을 쓰고 있는 한국당은 시간을 벌기 위해 ‘침대축구’를 하는 부끄러운 경기를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금은 각 당의 욕심과 주장이 너무 강하다. 특히 민주당 2중대와 3중대의 지나친 요구가 원구성 협상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책임을 평화당과 정의당에 돌렸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