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뮤지컬 시장… 유명 '가족 大作'이 탈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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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주목되는 뮤지컬 '마틸다' '라이언 킹'국내 뮤지컬 시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빠르게 대중화가 이뤄졌지만 20~30대 이외의 연령대로 관객층이 넓어지지 않고 있다. 3년여 전부터는 뮤지컬 티켓 판매액이 소폭이지만 감소세를 보여 시장이 포화점에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연예술실태조사에 따르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2015년 1975억원에서 2016년 1916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도 1800억~1900억원대에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뮤지컬 티켓판매 1900억서 주춤
제작사, 해외 가족物로 승부수
동화적 요소·다양한 볼거리 장점
초능력 소녀의 기발한 상상력
英 '마틸다' 라이선스 공연
9월8일부터 LG아트센터서
아프리카 토속음악과 동물 분장
'라이언 킹' 오리지널 공연도
뮤지컬 제작사들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작품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동화적인 요소를 기반으로 하되 다양한 철학을 담아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찾았다. 결국 해외의 유명 가족 대작들로 승부수를 던졌다. ‘마틸다’와 ‘라이언 킹’이 대표적이다.◆상상력과 최첨단 기술 결합한 ‘마틸다’
신시컴퍼니는 뮤지컬 ‘마틸다’ 라이선스 공연을 꺼내들었다. 해외 유명 제작사인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가 2010년 런던 코트야드 극장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아시아 및 비영어권에서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연 직후 작품성을 인정받아 ‘로런스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최우수 신작 뮤지컬상, 연출상 등 7개 부문을 휩쓸었다.
공연은 오는 9월8일부터 내년 2월10일까지 5개월에 걸쳐 LG아트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원작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의 소설이다. 초능력을 가진 천재 소녀 마틸다가 물질주의에 찌든 부모와 오빠, 폭력적인 교장에게 맞서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렸다. 주인공 마틸다 역은 1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아역 배우 황예영과 안소명 이지나 설가은 등 4명이 뽑혔다. 마틸다의 따뜻한 조력자 허니 선생님 역은 방진의·박혜미, 악독한 캐릭터 미스 트런치불 역은 김우형·최재림이 맡았다.초능력 소녀를 중심으로 한 기발한 상상력은 최첨단 무대 기술과 결합해 펼쳐질 예정이다. 무대 위 그네가 객석 위까지 넘나들고 알파벳 블록도 입체적으로 쌓여 나간다. 마틸다는 눈빛만으로 물건들을 움직이고 마틸다를 괴롭히는 교장 선생님은 레이저 감옥을 즐겨 사용한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는 “동화적인 상상력을 품은 무대와 의상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며 “어린이부터 장년층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오한 철학 담은 ‘라이언 킹’
클립서비스는 뮤지컬 ‘라이언 킹’을 브로드웨이 작품 그대로 무대에 올린다. 여성 최초로 ‘토니 어워즈’ 연출상을 거머쥔 연출가 줄리 테이머 등 오리지널 제작팀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원어 그대로 아시아지역 뮤지컬 극장에서 공연되기는 처음이다.이 작품은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래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9000만 명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토니 어워즈’ 등 70개 이상의 상을 거머쥐었다.
국내에선 라이언 킹을 단순히 어린이 애니메이션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공연에선 ‘생명의 순환’이란 심오한 철학적 메시지를 담아내 어른들에게도 많은 울림을 주고 있다. 애니메이션보다 스토리를 확장해 왕으로서 제자리를 찾는 사자 심바의 여정도 섬세하고 묵직하게 다룬다.
이 작품은 “공연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받았다. 첫 등장부터 객석을 압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작과 함께 아프리카 토속 색이 짙은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가 울려 퍼지고 붉은 태양이 떠오르면 기린이 무대 위를 유유히 거닐고 가젤이 뛰어 다닌다. 객석 통로에서도 수많은 동물이 등장한다.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생명이 태동하고 태고의 신비로움이 넘치는 아프리카 사바나와 정글로 공연장이 재탄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은 오는 11월 대구 계명아트센터를 시작으로 내년 1월 서울 예술의전당에 오른다. 4월엔 부산 최초 뮤지컬 전용 극장 ‘드림씨어터’의 개관작으로 선보인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