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올레드 매직'… TV 영업이익률 10%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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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떨어지면 개발 말라"“도대체 어떤 마법을 부렸길래….”
커브드TV 등 제품 구조조정
돈 되는 OLED TV 집중
품질 경쟁력서 확고한 우위
올 영업이익률 10% 웃돌 듯
삼성·소니도 벤치마킹 나서
LG전자의 TV 제조사업부인 HE사업본부가 지난 4월 1분기(1~3월) 영업이익을 발표하자 삼성전자와 소니 등 경쟁사 임원 사이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LG전자의 매출은 4조1178억원인데 영업이익은 5773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4%에 달했기 때문이다. 5~7% 수준에 그친 경쟁사들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HE사업본부는 2분기(4~6월)에도 10%를 웃도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률도 10%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V 제조업체가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삼성과 소니가 그동안 한 수 아래로 봤던 LG전자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전했다.◆‘선택과 집중’ 먹혀들어
LG전자 HE사업본부의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린 주인공은 2014년 12월부터 본부장(당시 부사장)을 맡고 있는 권봉석 사장이다. 2015년만 하더라도 HE사업본부는 1, 2분기에 각각 60억원, 83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2011년 23조9030억원이던 매출은 2015년 17조4000억원대로 급감했다. 이 기간 최고 영업이익률은 2014년에 거둔 2.6%였다.
권 사장이 HE사업본부를 탈바꿈시킨 첫 번째 원동력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불필요한 제품은 개발하지 말라”는 게 권 사장이 본부장으로 취임한 뒤 내놓은 첫 일성이었다. 당시 전자업체들은 30인치부터 60인치까지 모든 TV 제품을 개발했다. 디자인도 여러 종류였다. 마케팅과 영업부서 관계자들은 “모델이 많아야 소비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며 다양한 제품 개발을 요청했다.권 사장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치밀한 시장 조사를 통해 전략 제품 수를 줄이고, 여기에 마케팅을 집중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중저가 모델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연구개발(R&D)과 제조 비용이 줄어든 것은 물론 부품 대량 생산에 따라 납품 단가도 낮출 수 있었다. 2014년 말 200개 안팎에 달하던 TV 제조 플랫폼을 지난해 말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화면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중심부를 움푹 들어가게 한 ‘커브드 TV’를 포기한 것도 권 사장의 결단에서 나왔다. 2013년 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차세대 TV”라며 동시에 출시했지만 권 사장은 사업본부장을 맡은 뒤 커브드 TV 판매를 중단시켰다. TV는 거실에서 가족이 함께 보기 때문에 한 명의 시청자에게만 초점을 맞춘 커브드 TV가 주력 제품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의 예상대로 커브드 TV는 중국 등 일부 시장에서만 만들어졌다.
◆고급 제품으로 차별화‘제품 구조조정’으로 실탄을 아낀 LG전자는 OLED(올레드) TV에 화력을 집중했다.
삼성과 LG는 2013년 초 OLED TV를 함께 선보였지만 곧바로 다른 길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TV에 잔상이 남는 ‘번인’ 현상 탓에 OLED TV를 포기했지만 LG전자는 차세대 TV로 밀어붙였다. LCD TV보다 화질이 좋고 여러 형태로 쉽게 바꿀 수 있는 장점 때문이었다. 번인 현상이나 수율(정상 제품 비율)이 떨어지는 문제는 기술 혁신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15년 31만 대였던 올레드 TV 판매량은 2016년 67만 대, 2017년 118만 대로 연평균 100%가량씩 늘었다. 올해 예상 판매량은 180만 대에 이른다.
LG전자 관계자는 “올레드 TV는 중국 등의 저가 TV와 차별화돼 불필요한 가격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파는 65인치 최고급 TV 기준으로 LG전자의 올레드 TV 가격(홈페이지 기준)은 3999달러로 소니(3799달러), 삼성(3499달러)보다 5~14% 비싸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