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찾아 '머니 무브'… 연 4.6% 회사채에 2000억 '사자'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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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부동산 불안에 안전자산 선호

금리 상승세 반영한 회사채·예금 잇따라
저축은행 '年 2.8% 특판상품' 조기 완판
5월 정기예금 증가액 14兆…전달의 두배
▶마켓인사이트 7월4일 오후 3시15분

개인투자자들의 여유자금이 회사채와 정기예금 등 확정금리를 주는 금융상품에 몰리고 있다. 증시와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 확대가 금리 상승 추세와 맞물리면서 일부 시중 뭉칫돈이 고정수익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들은 지난달 장외 채권시장에서 회사채(자산유동화증권·은행채 포함) 513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전달보다 49%, 전년 동기에 비해선 70% 늘어난 액수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는 2조105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2009년(2조8862억원) 후 반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 정기예금의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정기예금 증가액은 13조9000억원(적금 포함)으로 전달(7조원)의 두 배에 달했다.

확정금리 상품으로 자금 유입대신저축은행이 지난달 내놓은 특판 정기예금(대신금융그룹 출범 6주년 기념 특판 정기예금)은 출시 한 달도 안 돼 조기 ‘완판’됐다. 지난달 1일 500억원 한도로 판매한 이 예금상품은 29일 3338계좌를 모아 목표 한도를 채웠다. 연 2.8%의 금리(3년 기준)를 내걸자 가입 신청이 몰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정기예금은 지난 5월 말 현재 638조원으로 1년 전 577조원에서 61조원(10.6%) 늘어났다. 저축은행 수신은 4월 말 현재 53조3000억원으로 금리가 사상 최저점을 찍은 2016년 이후 15조6000억원(41%) 증가했다.

금리 상승세가 떠도는 부동자금을 유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5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은행의 저축성 수신 평균금리는 전달보다 0.02%포인트(1.82%→1.84%) 올랐다.저축은행 평균 정기예금 금리는 한 달 만에 0.1%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정기예금(12개월) 평균 금리는 연 2.58%로 전월 말 대비 0.08%포인트 뛰었다.

신현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고정수익 상품이 시장금리 상승세를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단기자금 운용처로서 매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고금리를 노린 일부 자금은 회사채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지난달 5일 한화건설이 1년6개월 만기 회사채 5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벌인 사전 청약(수요예측)에 모집액의 네 배가 넘는 204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최고 연 4.59%의 금리를 주겠다고 하자 개인과 농·수·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권의 매수주문이 쏟아졌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4월 발행한 2년물 가격은 액면 1만원짜리가 발행 후 약 3개월 만에 1만145원으로 상승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 매력을 갖춘 비우량 회사채(A급 이하)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 수시입출금식 예금 잔액은 5월 말 현재 592조원으로 1년간 29조9000억원(5.3%)이 빠져나갔다. 시중금리가 상승하면 손실을 내는 머니마켓펀드(MMF), 채권형 펀드 잔액은 각각 117조원과 93조원으로 1년 전보다 126조원, 104조원 감소했다.

자산시장 불안감 반영

부동산과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기성 자금의 보유 유인도 낮아졌다. 요구불예금이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찾아 저축성 예금과 저축은행 예금 등에 돈이 몰리는 ‘머니무브’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거래시장이 침체돼 자금 이동 속도가 과거보다 빠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지나치게 빠른 자금 이동은 일부 부풀려진 자산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 펀드매니저는 “부동자금이 급속하게 확정금리 상품으로 이동하면 그동안 과잉 유동성이 끌어올린 자산가격의 하락 위험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이나 주식형·채권형 펀드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엔 부정적인 신호”라고 했다.

이태호/하헌형/김진성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