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부처 산하에 555개 위원회… '불쑥·덜컥' 정책 제안에 국민만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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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發 정책혼선“(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 회의 자료에는 전속고발권 폐지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선호하는 안이 명시돼 있었습니다. 모든 위원이 반대한 안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가 ‘우리 입장은 정해져 있으니 강행할 수밖에 없다’며 회의장을 나가기도 했습니다.”
어설픈 '위원회 행정'…정책 신뢰 흔들어
재정개혁특위, 공청회도 하지 않고 정책 제안
親정부 인사가 다수인 위원회는 '정책 거수기'
검찰이 공정거래법개편특위에 "편파적" 비판도
구상엽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는 지난달 26일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를 비롯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다루는 특위가 공정위의 입김에 좌우되고 있음을 지적한 발언이었다.정부에 위원회가 난립하면서 운영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속속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 직속 위원회들이 정부 부처와의 논의를 건너뛰거나 무시하면서 현실과 괴리된 정책안을 내놓거나, 정부 부처 위원회들이 단순히 ‘거수기’ 역할을 수행하는 사례들이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원회 행정’에 따른 국정 혼선을 피하려면 불필요한 위원회를 없애고 나머지 위원회는 투명성과 중립성, 전문성을 높이는 쪽으로 과감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거수기 위원회’ 줄줄이 신설
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청와대 및 정부 부처 산하 위원회는 2010년 431개에서 올해 555개(6월 말 기준)로 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집에서 신설하기로 약속한 위원회만 17개에 달하면서 지난해 5월 취임 후 일자리위원회, 재정개혁특별위원회, 4차산업혁명위원회, 사회적경제발전위원회 등이 줄줄이 새로 생겼다.
이들 위원회는 주로 실무 경험이 없는 교수 위주로 구성되고 ‘밀실 논의’를 진행하면서 현실과 맞지 않는 설익은 정책 제언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재정개혁특위가 금융종합소득과세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하루 만에 기획재정부로부터 거부당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특위는 지난달 공청회에서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만 공개한 뒤 느닷없이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 방안을 들고 나와 기재부와 혼선을 불러일으켰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전문가로 보기 어려운 인사들이 위원회 위원으로 포진해 있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친정부성향 인사로 구성돼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는 위원회도 다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 대통령·국무총리·각 부처 등에 소속된 16개 행정기관위원회 외부 위원 172명을 분석한 결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노동계 등 친정부 성향 진보 인사가 106명(61.6%)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여당에서도 우려 목소리
위원회가 급진성을 띠면서 정책 완급조절에 나서는 정부 부처를 공격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5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 악화의 원인일 가능성을 내비친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확실한 실증분석 자료도 없이 경제부총리가 속도조절 발언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책임있는 정책 당국자라는 사람이 지금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여당도 위원회가 각종 논란을 일으키자 문제점을 절감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각종 위원회를 설립하는 이유는 공약집에서 다소 급진적으로 제시된 사안들을 특위가 더 현실적으로 가다듬어주길 바라는 측면도 있다”며 “위원회가 오히려 공약보다 강한 정책안을 제시하는 경우들이 있어 난처한 상황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위원회 구조조정해야”
전문가들은 위원회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휴면계좌처럼 제대로 가동이 안 되는 위원회도 많다”며 “불필요한 위원회는 과감히 줄이고 다른 위원회들도 전문성과 중립성을 강화하는 등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정부도 위원회 확대에 대해서는 신중해진 분위기다. 청와대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추가로 신설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을지로위원회를 한때 대통령 직속 기구로 격상시키려다 업무 중복 우려로 중단하기도 했다.
임도원/이해성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