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주택, 보금자리·사업장 '두 토끼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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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BIZ School부산 거제동에 사회복지 및 상담 관련 서적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북카페가 있다. 사회복지학 박사인 김모 대표는 기존에 살던 아파트를 매도하고 노후한 2층 단독주택을 매입했다. 1층에는 북카페를 열었고, 2층에 김 대표 가족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기존 건물이 지금의 형태가 되기까지 몇 가지 작업이 필요했다. 1층의 기존 주거 공간을 카페로 꾸미기 위해 벽을 허물고 보강작업을 했다. 그리고 주택에서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를 바꿨다. 대수선과 용도변경을 한 것이다. 2층은 가족이 함께 살기에는 공간이 좁아 면적을 넓혔다. 증축을 했다.
Let"s Study
부동산 리모델링(4)
낡은 주택을 용도변경
1층엔 점포·2층엔 원룸
대출금 부담 크게 줄여
거제동에 있는 이 점포주택은 대수선, 용도변경, 증축이 동시에 이뤄진 건물이다. 아파트 한 채를 팔아 가족의 보금자리와 사업장을 함께 마련했다. 담장을 허문 북카페가 들어서자 동네 분위기도 바뀌었다. 인근 초등학교의 학부모 모임 장소가 되고, 사회복지와 상담 관련자들이 책 구매 또는 모임을 위해 드나드는 공간이 됐다. 사람이 없던 골목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다니기 시작했다. 주변 건물 가치도 물론 많이 상승했다.# 대수선으로 주거·가게 동시해결
부산 거제동에서 가까운 연산동에 또 다른 점포주택이 하나 있다. 부산 범일동에서 맛집으로 유명했던 해물찜 식당을 운영하던 권모 대표는 기존 건물주로부터 나가라는 통보를 받고 한동안 망연자실했다. 그리고 이참에 건물을 매입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살던 아파트를 매도한 뒤 연산동에 3층 점포주택을 매입했다. 1층에 해물찜 식당을 열었고, 2층에 있던 기존 원룸과 투룸을 수리해 임대를 놨다. 그리고 3층에 권 대표 가족이 살고 있다. 아파트를 매도하고도 은행에서 꽤 많은 대출을 받아야 했지만 범일동에서 내던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2층에서 새로운 임대수익을 얻고 있으니 대출금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또한 연산동 점포주택은 기존에 있던 연산동 상가 밀집지역을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래서 처음 매입했을 때보다 건물 가치가 많이 상승했다.
두 사례의 건물주들이 처음부터 리모델링 밸류업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부족한 자본으로 어떻게 가족의 보금자리와 사업장을 마련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그 고민의 결과가 아파트나 임대사업장이 아니라 점포주택이었던 것이다. 단독주택 또는 점포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주변 환경 변화가 나의 수익으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노후한 건물을 리모델링함으로써 건물 가치가 올라가고, 주변 환경이 조금씩 바뀌어 땅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다. 여기에 단지에 갇힌 아파트와 달리 주변으로 퍼지는 확장성까지 있다. 자기 소유의 건물이기에 젠트리피케이션을 염려할 필요가 없음은 당연하다. 또한 단독주택은 대수선, 용도변경, 증축을 통해 얼마든지 다른 형태의 건물로 바꿀 수 있다. 아파트처럼 고정된 용도가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변화하고 진화하는 것이다.# 건물·땅 가치도 동시에 올라
리모델링 밸류업 사업을 할 때 개발비용과 수익을 따져 수익률을 퍼센트로 계산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건물은 수지분석을 통한 수익률이 좋지 않다. 그래서 땅이나 건물 가치가 앞으로 얼마나 더 상승할지 고민하고 상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 절실함이다. 가족의 생계를 위한 절실함, 사업이나 진로에 대한 절실함,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직시 및 결단, 국내의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 등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자극제가 될 것이다. 어쩌면 리모델링 밸류업은 이런 절실함에서 나온 것인지 모른다. 경제 상황이 좋을 때, 일자리가 많을 때는 리모델링을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수익률은 신축으로도 얼마든지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리모델링 밸류업이 반드시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리모델링 용어 정리
◆용도변경: 건축법에 의해 구분 적용된 건축물의 용도를 타 용도로 변경하는 행위를 말한다.(서울시 도시계획용어사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시사상식사전)
이종민 < 리노하우스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