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S9 판매 부진, 中 업체 약진… 스마트폰 이익 1조 이상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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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실적 쇼크'삼성전자의 올 2분기(4~6월) 성적표가 ‘기대 이하’로 나타난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사업 부진에 있다. 지난 3월 내놓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9·S9플러스의 판매가 부진한 탓이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중국 업체의 약진으로 최근 5년 새 30%대에서 20%대 초반까지 쪼그라들었다. 한때 50%에 육박했던 전체 영업이익 대비 IT·모바일(IM) 부문 비중도 20% 아래로 떨어졌다. 내년은 갤럭시 브랜드 탄생 10주년이다. 삼성전자가 ‘권불십년(權不十年)’을 피하기 위한 혁신의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14조8000억
삼성폰 점유율 20%대 초반
갤S9 판매 3천만대 밑돌 듯
S3시리즈 이후 가장 저조
스마트폰 부진 '도미노 효과'
디스플레이 이익도 급감
폴더블폰으로 반전 노려
◆갤럭시S9, 기대 밑돌더니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은 매출 58조원, 영업이익 14조8000억원이다. 사업부문별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부문 영업이익이 2조4000억원대에 그친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지난 1분기 3조7700억원에 비해 36%가량 줄어든 수치다.4조600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40% 이상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갤럭시S9은 3월 출시돼 ‘신제품 효과’가 1분기 실적에 이미 반영된 데 비해 전작인 갤럭시S8은 작년 4월 판매가 시작돼 2분기에 초기 판매량이 집중됐다는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9의 경우 제품 출시에 따른 매출은 1분기에 잡히고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2분기에는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비용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제품(갤럭시S8) 출시 2분기째였던 작년 3분기(3조2900억원)와 비교해도 영업이익이 9000억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갤럭시S9의 흥행이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증권가에서는 갤럭시S9의 올해 판매량을 2800만 대로 예상하고 있다. 2012년 나온 갤럭시S3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스마트폰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업체별로 기능과 디자인이 비슷해짐에 따라 소비자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진 게 주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베이스트리트의 조사 결과 스마트폰 평균 교체주기는 2014년 23개월에서 최근 31개월로 늘어났다. 내년엔 33개월로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후발주자들의 맹추격도 삼성전자엔 큰 위협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3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32.3%로 애플(15.5%)과 두 배 이상 격차를 벌리며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21.1%까지 떨어졌다. 애플은 14.3%로 큰 차이가 없었다.
삼성전자의 빈자리는 중국 업체들이 채웠다. 화웨이가 10.1%로 두 자릿수를 넘기며 3위 자리를 굳혔고 오포(7.8%), 샤오미(6.1%)가 뒤를 이었다. 세 업체의 점유율만 해도 24%로 삼성전자를 뛰어넘는다. 중국 업체들은 후면부 트리플 카메라(화웨이 P20프로), 베젤리스 디자인(오포 파인드X), 지문 인식 디스플레이(비보 넥스) 등 신기술 도입에서도 삼성전자와 애플보다 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OLED 판매 감소로 이어져
스마트폰 판매 부진은 자회사로 삼성전자 연결 실적에 합산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 감소폭도 키웠다. 지난해 2분기 1조7100억원에서 올 2분기엔 1000억원 수준까지 줄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주력 상품인 스마트폰용 OLED 판매가 갤럭시S9 판매 감소 탓에 부진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사업의 전반적인 부진은 애플 등에 대한 출하량 감소로 이어졌다. BOE를 비롯한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이 대대적인 증산에 나서며 LCD(액정표시장치) 가격이 하락한 것 역시 영업이익 감소 요인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미국 뉴욕에서 선보일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과 이르면 연말께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앞세워 ‘새로운 10년’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폴더블폰 같은 기존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신제품이 나오지 않는 한 시장이 예전 같은 활기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노경목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