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옥죄고, 기존 순환출자도 규제… 대기업 '전방위 압박' 예고

공정위, 대기업 규제 강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 권고안 파장

대기업 금융사·공익법인 의결권 5%로 제한
지주회사, 자·손자회사 주식 의무보유 상향
"대주주 지배력 약화…경영권 위협에 직면"
<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2차 토론회 >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가 6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 마련을 위한 2차 공청회’를 열고 대기업 규제 방안을 공개했다. 특위 기업집단분과위원인 신영수 경북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가 6일 내놓은 대기업집단 법제 개편방안은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뿐 아니라 지주회사, 공익법인, 순환출자, 기업공시 등 제도 전반에 걸쳐 대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특위 개편안이 그대로 추진되면 주요 대기업은 온갖 규제에 묶여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규제 탈피를 위한 지분 매각 및 매입에 힘을 허비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연구개발(R&D)과 설비확충 여력을 상실하는 한편 주식 매각에 따른 대주주의 지배력 약화로 외국 투기자본 등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취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일감 몰아주기 막겠다지만…

특위가 이날 내놓은 권고안은 일감 몰아주기 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위는 현재 상장사는 총수 일가 지분율 30% 이상, 비상장사는 20% 이상일 때 적용받는 대기업집단 사익편취 규제를 20% 이상으로 단일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총수일가 지분율 20% 이상인 상장사 및 비상장사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새로 넣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경우 사익편취 규제를 받는 기업은 203개(2017년 기준)에서 두 배가 넘는 441개로 늘어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미 지난 5월 10대그룹 간담회와 지난달 취임 1년 간담회에서 “대기업집단 대주주 일가는 시스템통합(SI), 물류, 부동산 관리, 광고 등 비핵심 계열사 주식을 팔아달라”고 주문했다. 일감 몰아주기가 이들 계열사 보유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게 김 위원장 판단이다. 김 위원장의 구두경고에 이어 공정거래법 개편을 통한 제도적인 압박이 뒤따르는 모양새다.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감 몰아주기는 수직 계열화와의 차이점을 찾기가 어렵다”며 “일률적으로 규제를 강화하기만 하면 기업 경쟁력을 저해하고 지분 매각에 따른 경영권 약화를 초래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지주회사 장려해 놓고 규제

특위는 지주회사에 대해서도 규제 강화를 주문했다.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 의무지분율을 현행 상장사 20%, 비상장사 40% 이상에서 상향할 것을 권고했다. 추진 방안으로는 신규 설립·전환 지주회사만 우선 적용하는 안과 모든 지주회사에 적용하되 충분한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안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현재 국회에는 의무지분율을 상장사 30%, 비상장사 50%로 높이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제출돼 있다.기존 지주회사에도 이 기준이 적용되면 지주회사들은 자·손자회사 지분을 추가로 늘리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재계는 이를 위해 소요되는 자금을 8조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주회사 부채비율 제한에 대해서는 현행 200%에서 100%로 강화하는 방안과 현행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으로 의견이 갈렸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지배구조 투명성을 내걸고 지주회사를 독려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규제 일변도로 돌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순환출자까지 의결권 제한특위는 신규 순환출자 외에 기존 순환출자 규제도 새로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 순환출자 고리 중 순환출자를 최종 완성한 출자회사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이다. 대기업의 순환출자 수는 2013년 9만7658개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걸어 올 들어 지난 4월 기준으로 12개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기존에 순환출자 구조를 갖춘 기업집단이 새로 대기업으로 편입되면 의결권 제한을 받게 돼 경영권을 위협받을 우려가 있다.

특위는 금융·보험회사와 공익법인의 계열사 지분 의결권을 각각 5%로 제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경우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이 합쳐서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6.86% 중에서 5%를 초과한 1.86%는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해져 대주주의 지배력이 약화된다. 특위는 대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에게 해외계열사의 주식소유 현황 및 순환출자 현황을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특위 권고안은 정부의 규제 완화 방향과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임도원/박상용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