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시위 "국가가 여성을 여전히 보호하지 않아"…3만명 집회

혜화역 시위 현장 분위기, 여성들 '분노'…경찰 '현장 통제'

지난 5월 홍익대학교 남성 누드모델 사진 유출 사건 수사와 관련해 피해자가 남성이라 경찰 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하는 여성들의 세번째 시위가 혜화역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다.

참가자들이 속속 모여들며 시위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남성들은 시위 현장 안으로의 진입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취재진에 대한 통제도 까다로워 주최측의 'PRESS'비표를 받은 기자들에 한해서만 사진 촬영이 허가됐으며 길에서 시위 모습을 촬영하는 것은 엄격하게 통제됐다.이에 대해 경찰은 기자의 신변보호와 주최 측의 요구가 있었다고 말하며 촬영을 제한했다. 'STAFF'비표를 붙이고 현장을 다니던 주최 측 역시 카메라를 든 시민들과 기자들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출했다.
시위 주최 측인 '불편한 용기'는 오늘 현장에 3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본격적인 시위 시작에 앞서 무대 위의 진행자는 "오늘 시위에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800명이 넘게 왔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다. 지난 1·2차 시위에서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말하며 시위의 시작을 알렸다.

경찰은 오후 5시 현재 2만여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오늘 시위의 드레스코드였던 붉은 옷을 입고 이 곳에 나온 참가자들은 "사법 불평등 중단하라", "남성무죄 여성유죄" 등 구호를 외치며 몰카범죄에 대한 차별없는 수사를 요구했다.시위 참가 인원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혜화역 1번 출구에서부터 무대가 마련된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까지 붉은 옷의 물결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시위 현장에 여경 4개 중대, 남경 2개 중대 등 총 600여명을 투입해 혹시 모를 비상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불편한 용기'는 오늘 시위에 대해 "국가가 여성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여성들의 외침"이라고 규정하며 준비한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5월 19일 첫 시위에는 1만2,000명이 참여했고 지난달 9일 두번째 시위 때는 2만2,000명이 모인 것으로 주최 측은 추산했다. 오늘 시위에는 3만명 정도가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성 인권'이라는 단일 의제로는 가장 큰 규모의 시위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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