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인도·싱가포르 무대로 경제·평화 쌍끌이 행보

삼성 인도공장 방문 등 재계 '지원사격'…J노믹스 성과창출 포석
"신성장동력 비전 공유하는 파트너 국가…우리 기업 적극 진출해야"
평화체제 구축 지지 재확인…'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본격화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하반기 첫 외교 일정으로 8일부터 5박 6일간 인도와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하면서 '신(新)남방정책'에 속도를 낸다.특히 청와대는 이번 순방에서 한국 경제의 새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한반도 평화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우선 인도 방문의 경우 전문경영인들로 구성된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하는 데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삼성그룹 사업장에 방문하는 일정이 포함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 기(氣) 살리기'에 포커스가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9일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며, 특히 이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인데 문 대통령과 일정을 소화해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왜 오면 안 되는 것인가.

그렇게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은지 퀘스천(의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새로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정치적 쟁점에 함몰되기보다는 신흥시장으로서 무한한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인도시장에서 한국기업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사격'을 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런 행보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성과 창출 노력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혁신성장, 소득주도성장 같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기조가 온전히 구현되려면 결국 기업이 움직여야 하는 만큼, 이번 순방을 계기로 정부와 기업의 '호흡 맞추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문 대통령이 마힌드라 그룹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 역시 정부와 기업의 소통강화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인도는 인구증가 추세나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하면 문재인 정부와 기업들이 발을 맞춰 시장 개척에 나서기에는 최적의 무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5일 기자들을 만나 "세계 2위 규모인 인도의 인구가 조만간 1위가 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경제성장률도 7%대여서 새로운 터전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 기업이 인도에 더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인도 방문 중 삼성전자 노이다 공장 준공식을 시작으로 한·인도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 한·인도 CEO(최고경영자) 라운드 테이블, 양국 정부 당국과 기관의 협력을 위한 MOU(양해각서) 교환식 등 다수의 경제 관련 일정을 소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인도에 이어 방문하는 싱가포르에서도 양국 정부 당국 및 기관 MOU 서명식 참석, 한·싱가포르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 등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한 일정을 가질 계획이다.

올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인 싱가포르 역시 시장 다변화를 통해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신남방정책' 실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우리의 최대 건설시장이고, 아세안에서 교역액 2위의 국가"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신성장 동력 창출 비전을 공유하는 파트너 국가"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번 인도·싱가포르 방문에서 또 하나의 핵심 키워드는 한반도 평화 구축에 대한 지지 확보 및 아시아 지역 평화번영 구상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핵 문제는 북미 간 논의가 중심이지만, 한국 정부가 외교무대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컨센서스를 재확인한다면 비핵화 논의에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다른 아세안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북한과 수교를 맺고 있는 나라인 데다, 6·12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장소이기도 한 만큼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의 상징적 의미가 한층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의 흐름이 '평화체제'를 넘어 아시아의 '공동번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핵심 메시지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 순방을 통해 신북방정책의 기반을 다진 바 있어 이번 인도·싱가포르 방문으로 신남방정책을 가속하면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역시 본궤도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13일 싱가포르 여론주도층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싱가포르 렉처(강연)'에서 이런 구상을 자세히 밝힐 예정이다.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강연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 아세안의 평화·번영과 연결된다는 점, 신남방정책과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연관성 등을 중점적으로 설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