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회사 손실 누락·임직원 비리 등 포착… PEF업계, 디지털 포렌식 바람

행복마루 등 컨설팅업체 성황
▶마켓인사이트 7월5일 오후 4시48분

중소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A파트너스가 디지털 포렌식 전문 컨설팅회사 행복마루를 찾은 건 2015년. 제조업체 B사를 인수한 지 2년째 된 해였다. A파트너스는 B사 지분을 80%만 인수하고 경영도 20% 지분을 보유한 기존 오너에 맡겼다. 기존 경영자와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기업 가치 성장의 수혜를 공유하기 위해 PEF들이 흔히 쓰는 방식이다.

문제는 실적이었다. 매출은 순조로운데 순이익에서 매번 구멍이 났다. 기존 오너의 횡령이 의심스러웠지만 섣불리 조사에 나섰다 내부 반발에 부딪히고 대외적으로 ‘문제 있는 회사’로 낙인 찍힐까 걱정이 앞섰다. 그러다 추천받은 곳이 행복마루였다.

디지털 포렌식이란 PC나 회사 서버 등에 남은 디지털 정보를 수집·분석해 비리의 증거를 찾는 수사기법이다.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 출신인 조근호 대표(사진)가 2012년 문을 연 행복마루는 국내 최초로 디지털 포렌식을 기업 인수합병(M&A)에 접목한 컨설팅회사다. 400대의 PC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노하우를 갖춘 행복마루는 실사 두 달 만에 B사 오너의 21억원어치 횡령과 30억원어치 손실 누락을 찾아냈다. 오너는 지분을 포기하고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PEF와 기업 고객이 행복마루 문을 두드리는 건 회계·법률 실사로는 밝혀내지 못하는 조작과 임직원 비리까지 찾아주기 때문이다.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가 비리 의심 대상자 PC에서 이메일, 인터넷 사용 기록, 문서 키워드 분석, 삭제 파일 복원 등을 통해 증거를 찾아내면 검찰 수사관 출신 회계사가 회계 자료를 분석하고, 검사 출신 변호사가 검찰 수사 기법을 적용하는 ‘협업 감사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행복마루는 자사의 실사 시스템을 ‘PMA(인수 후 실사)’라고 부른다. 지난 6년간 행복마루가 분석한 PC와 스마트기기만 약 8000대. 고객 회사들은 행복마루가 확보한 증거를 내부 협상과 소송 등에 활용한다. 최근에는 운용자산(AUM) 규모가 20조원을 넘는 글로벌 PEF도 새로 인수한 기업의 실사를 맡겨왔다.

PMA에 대한 수요가 커지자 대형 로펌과 회계법인들도 잇따라 디지털 포렌식 팀을 만들고 있다.

정영효/안대규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