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마저 꺾였는데"… 내우외환 악재에 기업 실적전망 뚝·뚝·뚝

위기의 한국 기업 - 기업 실적 악화 우려

눈높이 낮아진 2분기 실적…곳곳이 지뢰밭

기업 덮친 '3각 파고'
환율·무역전쟁·내수부진…
상반기 내내 악재 잇따라
증권사 2분기 실적 추정치
반등 한번 없이 계속 하향

유가 등 대외환경 급변으로
추정치 밑도는 실적 많을수도
하반기엔 변수 많아 '긴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6일 삼성전자가 추정치(15조2704억원)에 못 미치는 2분기 영업이익(14조8000억원)을 발표하면서 ‘2분기 실적시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장사들의 실적 추정치를 계속 낮춰오긴 했지만 삼성전자가 이 정도면 다른 기업들의 실적은 훨씬 더 안 좋을지 모른다”는 얘기가 증권가 곳곳에서 들린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하반기엔 상황이 더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계속 낮아진 2분기 실적 추정치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일 기준 179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있는 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46조82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42조1865억원)보다 11%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12% 증가했다.

문제는 증권사들의 추정치가 올 들어 계속 하향조정됐다는 점이다. 증권업계는 환율, 경기, 주요국 정책변화 등 국내외 경영환경 흐름을 반영해 실적시즌 전까지 추정치를 지속적으로 조정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1조1657억원(작년 말)→48조4858억원(올 1분기 말)→47조5471억원(6월5일)→46조8294억원(7월5일)으로 감소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초만 해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고려 대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던 환율과 원자재 가격 급등락, 글로벌 통상분쟁 등의 악재가 상반기 내내 확대됐다”며 “내수기업은 국내 경기 둔화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1분기 말 배럴당 64.94달러였던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지난달 말 74.15달러로 14.18% 상승했다. 유가 급등에 에너지와 석유화학·정유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105.5)는 전달보다 2.4포인트 하락해 1년2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환율 영향 등으로 실적 타격

코스닥 상장사를 포함해 2분기 실적 추정치가 1개월 전보다 많이 낮아진 종목은 한세실업(-22.8%) 세아제강(-20.8%) 현대로템(-20.4%) 잇츠한불(-18.4%) 하나투어(-17.9%) OCI(-13.3%) 클리오(-12.6%) 테크윙(-12.3%) 뷰웍스(-11.1%) 한샘(-9.3%) 등이다.나이키, 올드네이비, 월마트 등 미국 대형 의류·유통기업에 납품하는 한세실업은 2분기 환율 하락(원화 강세)에 타격을 입었다. 이 회사는 전년 동기(130억원)보다 56% 감소한 57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김정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분기 원화 강세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된 데다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의류의 경쟁이 격화된 게 실적 악화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세아제강, OCI 등은 세계 보호무역 강화 흐름에 ‘희생양’이 된 사례다. 세아제강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1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219억원)보다 3.8%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한샘은 국내 건설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한샘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56.3% 감소한 영향으로 2분기 주가가 32% 하락했다.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271억원)보다 5.2% 증가한 285억원이다. 이는 올초 전망치에 비해 훨씬 줄어든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실적 추정치가 급격히 감소한 것은 그만큼 경영상 악재가 많았다는 의미”라며 “이런 종목은 실제 영업이익이 추정치보다 낮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숨겨진 ‘지뢰’도 곳곳에

실적 추정치가 상향조정된 기업 가운데 실제 발표될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에 못 미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곳도 있다. 정유업계 ‘대장주’인 SK이노베이션은 2분기에 증권업계 컨센서스(8806억원)보다 훨씬 낮은 7000억원대 후반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생산비용을 뺀 금액)이 축소된 탓이다. 작년 2분기(영업이익 4212억원)보다는 대폭 늘었지만 투자자들의 눈높이엔 미치지 못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대외환경이 워낙 급변해 SK이노베이션처럼 추정치가 실제 영업이익과 큰 차이를 보이는 곳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