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친서 들고 갔지만… 김정은 얼굴도 못 봐

美·北 '빈 손 평양담판'

"北, 관계 개선 요구했으나
美가 거절해 면담 불발된 듯"
폼페이오는 "원래 계획 없었다"

지난 6~7일 미·북 고위급 회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 간 면담이 불발됐다. 폼페이오 장관의 세 차례 방북 중 처음 있는 일이다. 백악관이 두 사람의 만남을 예고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까지 가져간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어서 미·북 대화가 중대 고비를 맞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7일 외무성 담화에서 “미국 측이 조·미 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부합되게 건설적인 방안을 가지고 오리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기대와 희망은 어리석다고 말할 정도로 순진한 것”이라며 미국의 태도를 맹비난했다.

북한은 비핵화 행동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로 관계 개선 등을 요구했으나, 미측이 사실상 거절하면서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 간 면담이 불발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2차 방북 때는 김정은을 면담했다. 당시 회동이 6·12 미·북 정상회담 성사에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미·북은 이번 회담 중에도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협상 이틀째인 7일 폼페이오 장관에게 “양측이 어제 매우 중요한 문제와 관련해 아주 심각한 논의를 했다”며 “그 생각 때문에 지난밤에 잘 못 주무신 것 아니냐”고 뼈 있는 말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나는 잘 잤다. 우리는 전날 좋은 대화들을 나눴다”며 “감사하다. 오늘 계속될 대화도 기대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이 6일 늦은 오후부터 7일 오전으로 잡혀 있다는 점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과의 만남은 7일 오전 성사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국 무산됐다.

이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8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애초 만날 계획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사실을 알리면서 “북한 지도자와 그의 팀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에게 전달할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가져간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어준다. 지난달 초 방미한 김영철이 김정은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 전례와도 비교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