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LG 생활가전, 경쟁사보다 4배 이상 남긴 비결은…조성진의 '마법'

부품 공용화, 모듈러 디자인 영향
프리미엄 이미지에 원가 절감까지
조성진 부회장 "제품생산 모듈화 선택 아닌 필수"
'2.9%, 2.9%, 2.7%……12.5%'

차례대로 삼성전자, 월풀, 일렉트로룩스 그리고 LG전자의 지난 1분기 생활가전 영업이익률이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률도 10%대를 넘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회사들이 못하는게 아닌 LG전자가 특별히 잘하는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 H&A사업본부와 HE사업본부의 2분기 영업이익은 4400억원, 3980억원으로 추정된다. 매출은 4조7000억원, 4조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0%대가 유력하다.

LG전자 생활가전(H&A사업본부)의 영업이익률은 2015년까지 업계 평균인 5%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월풀, 일렉트로룩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부품 공용화와 표준화, 모듈러 디자인을 도입하면서 2016년부터 격차를 벌렸다. 2016년 7.3%로 선두로 올라섰고 지난해 7.8%까지 증가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은 무난해 보인다.

높은 수익성의 배경에는 부품 공용화 및 표준화, 모듈러 디자인 설계 등이 있다. LG전자는 부품을 표준화해 공용으로 쓰는 플랫폼을 도입해 원가를 절감했다. 여기에 생산 공정을 절반으로 줄이고 시간도 30~40% 단축하는 모듈러 디자인을 적용해 불량률은 낮추고 생산 효율성은 높였다. 생활가전의 핵심 부품인 모터와 컴프레서를 포함한 대부분을 부품을 자체 생산한 것도 높은 영업이익률 달성의 원인이다. 가전제품에는 적게는 수 백개에서 수 천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모든 부품을 직접 생산하기엔 한계가 따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들이 부품의 절반 가까이를 협력사에서 조달받는다. 부품을 외부에서 조달받을 경우 각각의 부품마다 마진이 더해진다. 부품 수가 많은 생활가전의 영업이익률이 낮는 이유다.

하지만 LG전자는 핵심 부품인 모터와 컴프레서를 포함한 대부분의 부품을 자체 생산하면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LG전자 세탁기의 자체 부품 비율은 9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모터와 컴프레서 등 핵심 부품의 경우 100% 자체 생산을 고집하고 있다"며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조 부회장은 제품 생산을 효율화하기 위해서는 모듈화 도입이 필수라 주장해 왔다. 2000년대 말 세탁기 생산에 도입한 방식이 모든 생활가전에 적용되면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이 가능해졌다. '모듈화=조성진'이라는 공식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전문가들은 모듈러 디자인을 통한 생산 효율성 개선이 생활가전 사업의 성공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활가전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정적인 수익구조"라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경쟁력과 원가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모듈러 디자인과 부품 공용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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