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강대강'으로 맞선 미·중 관세전쟁, 누가 더 버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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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통화국 미국은 갈등 확대돼도 유리전통적인 무역이론에서 관세장벽의 기대효과는 상대방의 보복관세가 없어야 극대화된다. 상대방의 보복관세를 막지 못하고, 재보복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면 두 나라 모두 손해만 커진다. 선공(先攻)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보복하면 추가로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이런 수를 뻔히 아는 중국이 홀로 당할 이유가 없다. 이럴 땐 보복이 최선의 방어다.
對美 수출 막힌 中, 위기 뇌관 터질 수도
박래정 < 베이징LG경제연구소 수석대표 >
사실 600억달러어치 제품에 대한 쌍방 관세 부과는 미·중 경제 규모의 각각 0.3%, 0.4%(2017년)에 불과하다. 더욱이 관세 부과에 따른 수입가격 상승분의 일부는 유통 단계에서 흡수되기도 하고, 타국으로 수출 행선지를 바꾸기도 하기 때문에 600억달러 수출이 갑자기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두 나라가 일단 강(强) 대 강 일합(一合)을 나눈 것은 이 같은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다.관세전쟁도 ‘내치의 연장’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보다 시진핑 주석의 상황이 더 유리해 보인다. 경제전문가는 물론 언론까지 나서 관세 보복을 질타하고 있으니, 워싱턴 정계의 ‘블랙스완’이라 불리는 트럼프도 부담이 크다. 반면 공산당이 장악한 중국 관영언론은 일사불란하게 미국을 때리며, 시 주석의 ‘당당한’ 대응을 치켜세우는 중이다.
그러나 달아오른 경기를 식히려 금리 인상에 돌입한 미국과 달리 중국의 경기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가 식기 시작한 데다 핵심 성장동력인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2분기 들어 둔화 됐다. 연이은 중소기업 파산으로 자금시장 경색이 불거진 데다 소비재 지출 증가세마저 역대 최저 수준인 6%대(5월, 실질 기준)로 가라앉았다.
‘말 폭탄’에 그칠 것 같았던 통상분쟁이 현실로 다가오자 상하이, 선전증시는 연일 약세장이다. 외화 유출 및 위안화 절하 압력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요컨대 관세전쟁이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가능성은 중국이 미국보다 10배는 높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지체 없이 달러를 찍어냈던 나라다. 행여 ‘벼랑 끝’ 경제전쟁이 벌어져도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미국의 관세보복은 중국산 첨단기술 제품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 부분은 중국 내의 미국 등 다국적 기업의 수출품이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보복이 ‘도끼로 제발 찍는 격’이라고 실소하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미·중 통상갈등이 확전되지는 않더라도,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글로벌 첨단기업들로선 중국 투자의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중국 정부의 기술이전 압력이 못마땅한 상황에서 미국 수출길이 번번이 막힌다면 중국 내 생산 인센티브는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 기업의 중국 내 자산은 4800억달러 수준으로 중국 기업의 미국 자산 규모의 약 3배에 이른다(2015년). 트럼프는 중국 시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바엔 돌아오라고 부추기고 있다. 미국 첨단기업들과의 기술교류 없이 ‘중국제조 2025’의 성공을 낙관할 수 있을까.
지난해 19차 당대회를 계기로 중국 공산당의 경제 리더십은 사실상 시 주석과 직계 인물로 채워졌다. 1인 리더십이 과연 미국과의 갈등 국면을 우회할 유연성을 발휘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중국이 끝내 강 대 강으로 맞선다면, 한국 경제는 1급 태풍에 휘말릴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