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장 공백 불가피한 서울大의 부끄러운 자화상

법인화 6년이 지난 서울대가 사상 초유의 사태에 빠졌다. 총장 최종 후보자가 공식 임명 직전 낙마, 총장 공백 사태가 불가피해졌다. 이번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총장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의 총장 후보자에 대한 부실검증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총장 후보를 둘러싼 파벌 다툼과 허술한 선출제도 등이 엉켜 예고된 참사를 빚었다는 분석이다.

서울대는 2011년 말 독립 법인이 됐다. 교육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교육·연구기관으로 변신하기 위해서였다. 인사·조직·재정 등에서 파격적인 자율권이 보장됐다. 이를 통해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오히려 세계 대학 순위에서 밀려나는 등 교육의 질은 퇴보했고, 시흥캠퍼스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구성원 간 갈등은 깊어져만 갔다. 단과대 간에는 물론 교수들도 서로 담을 쌓으면서 학문의 융복합이나 협업은 사라진 지 오래라고 한다. 4년에 한 번 총장 선거를 하고 2년마다 16개 단과대 학장 선거를 하면서 정치판을 방불케 할 정도로 파벌 다툼도 심해졌다.

법인화 이후 성과가 없다 보니 서울대는 여전히 재정의 절반을 정부에 의존하고 있다. 의존도도 해마다 높아져 예산을 정할 때마다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국회의 눈치를 보느라 바쁘다. 이럴 거면 왜 법인화를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서울대는 새 총장이 선출될 때까지 현 총장단의 임기를 임시로 늘리든가, 외부 인사를 영입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일부 교수들은 총장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학생들은 ‘총추위’의 퇴진과 후보자 검증과정에 학생 참여를 요구하는 등 총장 선거제도의 개편을 요구하고 나서 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서울대에선 ‘혁신 DNA’가 사라졌다고 한다. 당장 뼈를 깎는 구조개혁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총장 공백 사태가 길어진다면 서울대의 경쟁력만 더욱 갉아먹을 뿐이다. 서울대는 환골탈태의 심정으로 이번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는 모습부터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