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일자리 창출까지… 18개 기업 사회적 경제 생태계 구축

사회적경제 메카 대구

대구동구사회적경제협의회
대구혁신도시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들어선 소셜카페 빅핸즈와 사회적 경제기업의 제품을 소개하는 사회적기업홍보관을 직원들이 이용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제공
대구의 사회적 경제가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하향식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기업과 조직이 자생적으로 생겨나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을 또는 기초자치단체 단위 수준의 사회적 기업과 마을기업, 협동조합이 함께 학습하고 사업정보를 공유하면서 연대와 협력 속에 사회적 경제의 이상적인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대구의 8개 구·군 가운데 7개 구·군에 사회적경제협의회가 조직돼 있다. 협의회를 가장 먼저 조직한 곳은 대구 동구다. 부모들이 모여 방과후 마을 학교와 공동체 사업을 운영하는 마을기업 둥지를 비롯해 취약계층 아동의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 상상, 학교 밖 청소년문제 해결을 위해 모인 사회적협동조합 리마인드상담교육센터가 활동하고 있다. 반야월 특산물인 연근을 홍보하면서 경력 단절 여성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반야월연근사랑협동조합, 장애인의 고용 창출을 지원하는 화진산업, 에이즈에 대한 인식 개선과 감염인의 자활을 돕는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퀵서비스와 택배로 어르신 일자리를 창출하는 부르미 등 18개 사회적 경제기업이 협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대구 안심지역은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고 빈부 격차가 심한 지역이다. 1981년 경산에서 대구로 편입된 옛시가지인 반야월 지역과 동구혁신도시 및 율하지역에 분양과 임대아파트가 함께 개발되면서 다양한 계층의 주민이 유입됐다. 안심지역에 사회적 경제를 비롯한 주민들의 다양한 자치 활동이 없었다면 전국에서 빈부로 인한 격차와 갈등이 가장 심한 곳이 될 수도 있었다.

김지영 대구동구사회적경제협의회장(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대표·사진)은 “약자도 웃는 따뜻한 공동체, 이윤만이 아니라 상생을 생각하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접근하고 있다”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다양한 사회문제,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다양한 사회적 기업이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대구 동구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는 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정보화진흥원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지난 3월 대구 이전 공공기관 최초로 사회적기업홍보관을 설치하고, 대구본원 카페운영 위탁사업자로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카페 빅핸즈를 선정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애초 직원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해 바리스타를 채용, 카페를 운영했다. 브랜드 있는 카페는 혁신도시 상권상 이윤이 맞지 않아 입주하려 하지 않아서다. 직접 운영해 보니 메뉴가 다양하지 못한 데다 전문성도 떨어져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8개월 동안 카페가 비어 직원들의 불편이 컸다.

이현동 재무관리팀장의 제안으로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카페 몇 곳에 제안을 했고 입찰을 통해 카페 위탁자로 사회적 기업 레드리본을 선정했다. 지난달 개점한 카페 빅핸즈는 메뉴도 다양하고 분위기도 좋아져 직원들이 만족하고 있다.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은 “이윤만 추구하는 일반 기업이 할 수 없는 영역을 사회적 기업이 맡을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줬다”며 “공공기관이 일방적으로, 시혜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진흥원도 사회적 기업도 서로의 약점과 강점을 살려 상생하는 모델이 탄생했다”고 말했다.한국정보화진흥원은 대구시 사회적 경제 종합유통플랫폼인 무한상사와 공동으로 비용을 들여 사회적기업홍보관도 진흥원에 설치했다. 대구의 다양한 사회적 경제기업 제품을 혁신도시 공공기관들에 전시·홍보해 공공구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지난 4일 공공구매상담회도 열었다. 지난해 9월 대구시가 공공구매협약의 다리를 놓았다. 진광식 대구시 시민행복교육국장은 “LH율하나눔텃밭을 비롯해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및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상생협력의 상징적 공간이 대구에서 확산돼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