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엄마 현실 육아] (28) 스마트폰만은 줄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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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저녁. 차를 타고 가는데 창밖으로 31가지 맛 아이스크림을 파는 매장 간판이 보인다.
"엄마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 차 좀 세워요."1차선에서 갑자기 차를 세울 수도 없거니와 딱 봐도 주차공간이 없는 곳이라 지금 가는 건 불가능했다.
"우리는 오늘 걸어온 게 아니고 차를 타고 왔잖아. 차는 아무 데나 세워두면 안 되기 때문에 지금 우리는 주차장이 없는 곳에는 갈 수 없어"했더니 "차를 아이스크림 가게 옥상에 잠깐 올려놓으면 되잖아요"라고 한다.
어이가 없어 웃었더니 자기 생각에도 말이 안되는 걸 알았던지 따라 웃는다.옆에서 듣고 있던 동생은 "아예 차를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가 다시 꺼내 타는 건 어때"라고 장난을 친다.
상상의 나래를 펴며 수다를 떠는 아이들을 보니 팝콘 터지듯 말도 안 되는 상상력을 펼치던 때가 있었는데 싶다.
4~5살 무렵의 아이들은 풍선을 여러 개 들고뛰면 자신이 날아오를 수 있다며 높은 데서 쉴 새 없이 뛰어내렸고 언젠가 자기가 크면 공주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아이가 갖고 놀던 장난감이 갑자기 안 보여서 찾을 때도 "어머, 생쥐가 재미있어 보여서 물어갔나 봐"하면 "아 그래? 생쥐 어디로 갔지?"하며 생쥐를 뒤쫓던 시절이다.
얼마 전 톈궁 1호가 떨어진다는 보도가 이어질 때 뉴스를 보던 첫째가 물었다.
"엄마, 태양에서 지구가 몇 번째야?" '헉'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해하고 있었는데 듣고 있던 동생이 담담하게 말했다.
"응. 세 번째"언제 키워 사람만드나 암담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벌써 이렇게 컸나 싶어 말문이 막혔고 폭발하는 아이들의 지적능력에 위기감이 왔다.
아이가 세상을 너무 많이 알아간다는 것, 지식이 쌓인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더 이상 엉뚱한 상상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인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워졌다.
7살 겨울 혼자 띄엄띄엄 한글을 읽을 줄 알게 되면서 더 이상 책을 갖고 쪼르르 쫓아와 책을 읽어달라 하지 않던 그때 느꼈던 상실감을 최근 들어 다시금 느끼고 있다.
퇴근 후 좀 쉬고 싶은데 그렇게도 귀찮게 책을 읽어달라고 졸졸 쫓아다니더니.
몸이 편해졌다는 기쁨보다는 나와의 연결고리 하나가 툭 끊어진 것 같은 허전함이 컸다.
지금도 뭔가 궁금한 것이 생기면 내가 알려주는 대답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지 '지식검색'을 해봐야겠다고 성화다.
수 천장의 다양한 이미지가 곁들여진 검색 속 세상은 내가 들려주는 궁색한 답변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손 안에서 세상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반면 더이상 아이들에게 내 거짓말(?)이 통하지 않게 만들었다.
자기도 중고폴더폰이 아닌 예쁜 핸드폰이 갖고 싶다고 졸라대는 첫째 아이에게 "갖고 싶다고 모든 걸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난 20살 때 삐삐를 가졌고 스마트폰을 가진 건 훨씬 나중이다"라고 말했다.
내 말에 아이는 "엄마가 늦게 갖고 싶어 그런게 아니고 그 시대엔 휴대폰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냐"고 해 내 말문을 막았다.
'8282'라는 삐삐 메시지를 받고 공중전화 앞에서 발 구르며 기다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라니.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 해도 그렇게 쉽게 문명의 편리함을 안겨줄 순 없지.
스마트폰의 유해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엄마인 내가 아닌 세상과 재미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이기적인 엄마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 재밌게 봤던 '백 투 더 퓨처'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날아가 상상도 못해봤던 여러 가지 모험을 펼친다. 그런데 그 엄청나게 신기했던 영화 속 미래는 어이없게도 2015년 10월이다.
이미 3년 전 '백 투 더 퓨쳐' 속 화려한 미래 세계는 지나버린 것이다.
영화 속 미래에는 실제 지금 현실화된 다양한 기술들이 구현되지만 여전히 전화 부스가 남아 있다. 당시 상상력으로는 전화기, 컴퓨터, 카메라, 녹음기, 계산기 등 모든 것이 탑재된 스마트폰 등장까지 예견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앞으로 자라날 내 아이들은 내가 미처 알지도 경험하지도 못했던 스마트한 세상에 살게 될 것이며 내가 우리 부모님한테 '아휴, 문자 보내는 게 뭐가 어렵다고 맨날 알려줘도 또 물어봐"라고 핀잔+위세 떨며 지적했던 것을 그대로 내게 돌려줄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하다.
남편은 친구들처럼 예쁜 폰을 갖고 싶어 하는 딸이 안쓰러운지 "쓸만한 거 하나 사줘"라고 하지만 난 그럴 수 없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오는 등 심부름 포인트 30점을 쌓아야 '액체 괴물' 하나를 사주는 등 뭐든 쉽게 갖게 해주지 않는 '못된 엄마'니까'라는 마음 한편으로는 호기심을 스마트폰을 통해 충족시키면 더 이상 나한테 어떤 질문을 던지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반죽이 구름이라고 했더니 빵이 정말 날아갈까 봐 걱정하던 아이들은 이제 내 옆에 없지만 돼지저금통이 가득 차면 아파트로 이사를 갈 수 있지 않냐는 정도의 비현실성은 간직하고 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든다. 자기는 스마트폰을 못하게 하면서 왜 엄마는 맨날 스마트폰만 하느냐는 아이 지적에 "엄마는 지금 이것도 일하는 거야!"라고 합리화했던 시간을 반성한다.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는 아이들과의 알콩달콩 시간을 나부터 스마트폰에게 뺏기지는 말아야겠다. 워킹맘 육아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격주로 네이버 맘키즈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엄마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 차 좀 세워요."1차선에서 갑자기 차를 세울 수도 없거니와 딱 봐도 주차공간이 없는 곳이라 지금 가는 건 불가능했다.
"우리는 오늘 걸어온 게 아니고 차를 타고 왔잖아. 차는 아무 데나 세워두면 안 되기 때문에 지금 우리는 주차장이 없는 곳에는 갈 수 없어"했더니 "차를 아이스크림 가게 옥상에 잠깐 올려놓으면 되잖아요"라고 한다.
어이가 없어 웃었더니 자기 생각에도 말이 안되는 걸 알았던지 따라 웃는다.옆에서 듣고 있던 동생은 "아예 차를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가 다시 꺼내 타는 건 어때"라고 장난을 친다.
상상의 나래를 펴며 수다를 떠는 아이들을 보니 팝콘 터지듯 말도 안 되는 상상력을 펼치던 때가 있었는데 싶다.
4~5살 무렵의 아이들은 풍선을 여러 개 들고뛰면 자신이 날아오를 수 있다며 높은 데서 쉴 새 없이 뛰어내렸고 언젠가 자기가 크면 공주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아이가 갖고 놀던 장난감이 갑자기 안 보여서 찾을 때도 "어머, 생쥐가 재미있어 보여서 물어갔나 봐"하면 "아 그래? 생쥐 어디로 갔지?"하며 생쥐를 뒤쫓던 시절이다.
얼마 전 톈궁 1호가 떨어진다는 보도가 이어질 때 뉴스를 보던 첫째가 물었다.
"엄마, 태양에서 지구가 몇 번째야?" '헉'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해하고 있었는데 듣고 있던 동생이 담담하게 말했다.
"응. 세 번째"언제 키워 사람만드나 암담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벌써 이렇게 컸나 싶어 말문이 막혔고 폭발하는 아이들의 지적능력에 위기감이 왔다.
아이가 세상을 너무 많이 알아간다는 것, 지식이 쌓인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더 이상 엉뚱한 상상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인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워졌다.
7살 겨울 혼자 띄엄띄엄 한글을 읽을 줄 알게 되면서 더 이상 책을 갖고 쪼르르 쫓아와 책을 읽어달라 하지 않던 그때 느꼈던 상실감을 최근 들어 다시금 느끼고 있다.
퇴근 후 좀 쉬고 싶은데 그렇게도 귀찮게 책을 읽어달라고 졸졸 쫓아다니더니.
몸이 편해졌다는 기쁨보다는 나와의 연결고리 하나가 툭 끊어진 것 같은 허전함이 컸다.
지금도 뭔가 궁금한 것이 생기면 내가 알려주는 대답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지 '지식검색'을 해봐야겠다고 성화다.
수 천장의 다양한 이미지가 곁들여진 검색 속 세상은 내가 들려주는 궁색한 답변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손 안에서 세상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반면 더이상 아이들에게 내 거짓말(?)이 통하지 않게 만들었다.
자기도 중고폴더폰이 아닌 예쁜 핸드폰이 갖고 싶다고 졸라대는 첫째 아이에게 "갖고 싶다고 모든 걸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난 20살 때 삐삐를 가졌고 스마트폰을 가진 건 훨씬 나중이다"라고 말했다.
내 말에 아이는 "엄마가 늦게 갖고 싶어 그런게 아니고 그 시대엔 휴대폰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냐"고 해 내 말문을 막았다.
'8282'라는 삐삐 메시지를 받고 공중전화 앞에서 발 구르며 기다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라니.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 해도 그렇게 쉽게 문명의 편리함을 안겨줄 순 없지.
스마트폰의 유해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엄마인 내가 아닌 세상과 재미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이기적인 엄마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 재밌게 봤던 '백 투 더 퓨처'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날아가 상상도 못해봤던 여러 가지 모험을 펼친다. 그런데 그 엄청나게 신기했던 영화 속 미래는 어이없게도 2015년 10월이다.
이미 3년 전 '백 투 더 퓨쳐' 속 화려한 미래 세계는 지나버린 것이다.
영화 속 미래에는 실제 지금 현실화된 다양한 기술들이 구현되지만 여전히 전화 부스가 남아 있다. 당시 상상력으로는 전화기, 컴퓨터, 카메라, 녹음기, 계산기 등 모든 것이 탑재된 스마트폰 등장까지 예견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앞으로 자라날 내 아이들은 내가 미처 알지도 경험하지도 못했던 스마트한 세상에 살게 될 것이며 내가 우리 부모님한테 '아휴, 문자 보내는 게 뭐가 어렵다고 맨날 알려줘도 또 물어봐"라고 핀잔+위세 떨며 지적했던 것을 그대로 내게 돌려줄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하다.
남편은 친구들처럼 예쁜 폰을 갖고 싶어 하는 딸이 안쓰러운지 "쓸만한 거 하나 사줘"라고 하지만 난 그럴 수 없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오는 등 심부름 포인트 30점을 쌓아야 '액체 괴물' 하나를 사주는 등 뭐든 쉽게 갖게 해주지 않는 '못된 엄마'니까'라는 마음 한편으로는 호기심을 스마트폰을 통해 충족시키면 더 이상 나한테 어떤 질문을 던지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반죽이 구름이라고 했더니 빵이 정말 날아갈까 봐 걱정하던 아이들은 이제 내 옆에 없지만 돼지저금통이 가득 차면 아파트로 이사를 갈 수 있지 않냐는 정도의 비현실성은 간직하고 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든다. 자기는 스마트폰을 못하게 하면서 왜 엄마는 맨날 스마트폰만 하느냐는 아이 지적에 "엄마는 지금 이것도 일하는 거야!"라고 합리화했던 시간을 반성한다.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는 아이들과의 알콩달콩 시간을 나부터 스마트폰에게 뺏기지는 말아야겠다. 워킹맘 육아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격주로 네이버 맘키즈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