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양산 막막한 스타트업에 전문 제조사 이어주는 액셀러레이터

혁신기업이 뛴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든 '미들맨'

주문량 감당 못한 페블워치
결국 하드웨어 업체에 팔려

"시제품과 양산제품은 달라"
설계·디자인·컨설팅 등 지원
홍한종(왼쪽), 이참(가운데) 단골공장 공동 대표가 중소기업에서 만든 제품의 기획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단골공장 제공
미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페블 테크놀로지는 스마트워치를 2013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내놓았다. 삼성전자보다 6개월, 애플보다 1년 빨랐다. 페블은 시제품을 만들고 양산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마련했다. 페블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갤럭시기어와 애플워치를 내놓은 이후에도 잘 팔았다. 주문이 대량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스타트업의 한계에 부딪혔다. 생산을 위해 라인을 대량으로 깔아야 했지만 자금이 없었다. 제품을 공급할 수 없게 됐다. 킥스타터를 통해 모금한 후원금을 반환해야 하는 위기에 몰렸다. 결국 페블은 2016년 웨어러블 기기 업체 핏빗에 넘어갔다.

분실방지 기능이 있는 패션 액세서리를 만드는 스타트업 루퍼의 이용우 대표는 “100~1000개 만드는 것과 수만 개를 만드는 양산은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라며 “제품의 대량 양산을 준비하는 시기도 여전히 스타트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데스 밸리’”라고 말했다. 이어 “양산에 필요한 지식과 노하우는 대학교는 물론 웬만한 창업지원시설에서도 배울 수 없어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 큰 걸림돌”이라고 덧붙였다.스타트업이 제품 양산에 겪는 어려움은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미국 실리콘밸리 출신들은 2006년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인 드래곤 이노베이션을 설립하고 스타트업의 제품 양산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국내에도 이런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가 등장했다. ‘N15’라는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시제품과 양산제품은 설계부터 다르다”며 “양산하기 위해선 회로 설계 등을 통째로 바꾸기도 하고 시제품에서는 나타나지 않던 수율 문제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N15는 은행권 출신 류선종 대표와 회계사인 허제 대표가 2015년 공동 창업했다. 국내 스타트업에 양산에 필요한 컨설팅을 해주고 성격과 수량에 따라 국내는 물론 중국과 베트남에 있는 공장을 연결해준다. 현재 국내 96개 벤처 및 스타트업과 협업하고 있다.지난해 설립된 ‘하드웨어 얼라이언스’는 양산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끼리 힘을 합친 단체다. 국내에서는 최소주문물량(MOQ)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개별 스타트업은 이 수량을 맞추기 어렵다. 여러 스타트업이 물량을 모으면 MOQ를 맞출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는 “업체 간 네트워킹을 구성하고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직접 하드웨어 얼라이언스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이우상/김기만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