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주가 '후려치는' 외국계 보고서 논란

2분기 사상최대 실적 기대에도 "호텔신라 팔아라"

"면세점 경쟁 격화로 비용부담 커"
씨티, 호텔신라 목표가 40% 뚝
국내 증권사 "극단적 상황 가정"

올해 초 셀트리온·CJ E&M도 외국계 매도보고서에 '출렁'
외국계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40% 가까이 낮춘 매도 리포트를 내면서 호텔신라 등 면세점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증권업계에선 “무리한 가정에 기반한 보고서”라는 평가가 나온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냉철한 전망을 하는 외국계 보고서도 있지만 목표주가를 ‘후려쳐’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다.
◆씨티 “면세점 경쟁과열 예상”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지난 9일 호텔신라에 대한 매도 투자의견 보고서를 내놨다. 목표주가는 14만4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38% 낮췄다. 이날 종가(10만1000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지난 2분기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컨센서스 기준 영업이익 497억원)을 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증권업계는 충격적이란 반응을 보였다. 국내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는 15만5000~17만3000원이다.

리포트 공개 후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가 쏟아졌고 이날 주가는 11.11% 떨어졌다. 10일 1% 반등했지만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돼 하루 공매도가 금지된 영향이 있었다.

씨티는 올 하반기부터 국내 면세점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호텔신라와 호텔롯데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사업 입찰에서 탈락하면서 여유 자금을 시내 면세점 마케팅에 쓸 것으로 관측했다. 씨티는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국내 증권사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보다 23% 적은 2130억원으로 제시했다. 씨티 측은 “시내 면세점의 매출 대비 알선수수료 비율이 올해 12.1%, 내년엔 13.1%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시내 면세점이 일선 여행사에 지급하는 알선(송객) 수수료가 오르면 그만큼 회사 마진이 줄어든다.국내 증권사들은 극단적 분석이란 반응이다. 면세점업계 1위인 호텔롯데가 마케팅 비용을 늘릴 가능성이 있지만 면세점 내국인의 매출 비중이 대부분 20% 내외에 불과해 실적이 훼손될 만큼 출혈 경쟁을 하진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적자를 냈던 호텔롯데가 대중관계 회복에 따라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며 “내년 상장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을 늘릴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도 해외 면세점 매출 증가에 따라 알선 수수료율이 11% 정도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산업 특성 간과 가능성”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에 주가가 폭락하는 일은 종종 발생한다. 도이체방크는 지난 1월18일 낸 보고서에서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당시 주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8만7200원으로 제시했다. 보고서 발표 다음 날 주가가 9.87% 급락했지만 목표주가만큼의 추가 하락은 없었다. 셀트리온 주가는 이날 28만1000원을 기록했다. CLSA도 CJ E&M이 CJ오쇼핑과의 합병을 발표한 1월 CJ E&M에 대한 매도 리포트를 냈다. 목표가는 11만6000원에서 8만1000원으로 30.1% 낮췄다. CJ E&M 주가는 9만8900원으로 발표 당일 주가(1월18일·9만4100원)보다 높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는 국내에 비해 매도 리포트 작성이 비교적 자유롭지만 국내 산업의 특성을 정확히 보지 못하고 쓰는 경우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