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대기업 정책 '투트랙'으로 간다

(1) 일자리 창출 막는 규제 과감히 풀고
(2) 일감 몰아주기·갑질 규제는 더 죄고

"기업 어려움 해소 적극 노력"
이재용 부회장과의 만남 등
文대통령 기업觀 '변화' 조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한국 정부는 기업 활동에서 겪는 어려운 상황에 대해 항상 청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총리실 영빈관에서 열린 ‘한·인도 최고경영자(CEO) 라운드테이블’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함께 참석해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양국 기업인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지만 그동안 소원하던 국내 경제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행사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 CEO도 대거 참석했다.이와 관련, 청와대와 정부 고위 관계자 사이에선 ‘투 트랙 전략’이란 단어가 오르내린다.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대기업 갑질 등에 대해선 규제를 더 조이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의 투자·경영 활동은 규제를 대폭 풀어 기업의 기(氣)를 살리는 쪽으로 선회할 것이란 얘기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일 삼성전자 인도 휴대폰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부회장과 예정에 없던 만남을 가진 점도 주목받고 있다. 청와대는 ‘정치적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참모들 사이에서도 문 대통령의 기업관에 미묘한 변화가 엿보인다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업과 경제 활력 회복 및 고용 증대 쪽에 방점을 찍고 있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투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여간 규제로 일관하던 정부의 대기업 정책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대기업 봐주기’라는 시민단체 반발에 금기시되던 규제 완화를 청와대가 먼저 꺼낸 것부터 이례적이다. 노동계 반대에도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를 밀어붙이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산업계 우려에 6개월 유예기간을 둔 것도 전향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뉴델리=손성태/고경봉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