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의 우버’ 별명 싫다… 그랩은 이제 따라올자 없는 ‘수퍼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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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SE 2018 현장취재] 승차공유 유니콘 ‘그랩’ 공동창업자 탄후이링“한때 ‘동남아의 우버’로 많이 불렸는데 이제 ‘그랩은 그랩’이라고 해 달라. 동남아시아에서 우리를 넘어설 경쟁자는 없다고 자신한다.”동남아 8개국 225개 도시에 진출한 승차공유 스타트업 그랩(Grab)의 공동창업자인 탄후이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친구 사이인 탄후이링과 앤서니 탄이 2012년 함께 세운 그랩은 기업가치 60억달러에 이르는 ‘유니콘’으로 급성장했다. 이달 초 누적 승차횟수 20억건을 넘어섰고, 올해 동남아기업 최초로 연매출 10억달러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SK가 지분 투자에 나서 주목받기도 했다.홍콩에서 10일 개막한 스타트업 콘퍼런스 ‘라이즈(RISE) 2018’에서 탄후이링 COO를 만났다. ‘걸크러시’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시원시원한 매력이 인상적이었다.
창업 6년 만에… 동남아기업 최초 연매출 10억弗 달성 눈앞
“교통 앱은 옛말… 물류·결제·인증까지 다 되는 ‘오픈 플랫폼’으로”
그랩은 이날 ‘그랩 플랫폼’이라는 이름의 개방형 서비스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다른 기업에 API를 개방해 교통, 물류, 결제, 인증, 메시징, 매핑 등 다양한 기술을 융합한다는 것이다. 그랩 앱 안에서 식료품을 주문하고 주요 뉴스를 알려주는 등 여러 신규 서비스를 추가했다.▷택시 호출로 출발했는데 서비스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교통회사였지만 이제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개방형 플랫폼 전략에 따라 다양한 파트너들이 우리 플랫폼에 올라타게 할 것이다. 우리가 6년 동안 쌓은 자산과 노하우에 다른 기업의 역량을 결합해 동남아에서 생활하면서 불편을 겪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랩 앱 안에서 그걸 다 구현한다는 것인가.“동남아에서 매일 쓰는 ‘수퍼 앱(super app)’이 되는 게 우리 목표다. 단일 앱에서 교통과 연계된 음식, 결제, 배송, 유통 등을 간단한 터치로 모두 처리할 수 있게 된다.”▷복잡해지면 오히려 이용자들이 싫어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랩 고객에게 향후 어떤 서비스가 되면 좋겠는지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원스톱 쇼핑’이라고 답한다. 우리는 싱가포르 인구보다도 많은 710만명의 운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거대한 오프라인 네트워크에 이번에 발표한 오픈 API 전략에 따라 여러 파트너들의 역량을 더하려는 것이다.”▷주주 구성도 이미 다양하다. 최근 도요타에서 10억달러를 투자받았고 승차공유업체인 우버, 디디 등도 그랩 지분을 갖고 있다.
“더 뛰어나고, 더 빠르고, 더 스마트한 파트너가 끊임없이 필요하다. 모든 사업이 그렇지만 특히 동남아에선 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처럼 발전한 나라도 있고, 최근 진출한 캄보디아처럼 개발이 덜 된 곳도 있다. 택시나 개인 리무진도 있지만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같은 곳에서는 인력거도 제공해야 한다. 우리 혼자서 전부 다 할 수가 없다. 밸류체인 강화 차원에서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많은 파트너십을 맺어나가려 한다.”
▷승차공유 앱이 대중화하면서 교통 서비스가 많이 바뀌었다.
“대중교통은 아직 충분히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기술과 데이터로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고, 동시에 어마어마한 가능성이 있는 영역이다. 그래서 여러 투자자들도 참여하지 않았겠는가.”▷미국에서는 빌려타는 전동스쿠터나 헬리콥터 택시까지 등장하는데.
“여러 업체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보잉컴퍼니처럼 지하터널도 뚫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동남아 시장에서는 어떤 게 가장 잘 맞을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우버는 최대 경쟁자였는데 결국 사라졌다.(우버는 올 3월 그랩 지분 27.5%를 확보하기로 합의하고 동남아에서 철수했다.)
“우버는 진정한 잠재력 있는 파트너다. ‘우버 이츠’ 등이 다른 나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울 수도 있고, 우버는 아주 깊은 기술 노하우를 가졌기 때문에 우리가 배워야 할 것도 많다. 2~3주 전 우버 본사에서 두 회사 경영진끼리 만나서도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 미래에 많은 협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경쟁이 사라져서 가격 인상 등 여러 문제를 낳을 것이란 지적이 있다.
“지난 6년 동안 얼마나 많은 경쟁자들을 만났는지 모를 것이다. 지금도 시장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한 회사와 경쟁이 끝난다고 해서 하던 노력을 그만둘 수 없다. 고객이 뭘 필요로 하는지 항상 주의깊게 생각하고 배워나가는 중이다. 우리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서비스를 고객이 알지 않는가.”▷그랩의 미래 비전은 뭔가.
“일상생활에서 뭔가 필요할 때 사용하게 되는 단 하나의 유일한 앱이 되고 싶다. 집을 나선 뒤 ‘지갑 어디 두고 나왔지’ ‘밥은 뭘 먹지’ ‘식료품은 어디서 주문하지’ 같은 고민을 전혀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스타트업 분야에서도 여성들은 소수자다. 여성 창업자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솔직히 여자라는 점을 나 자신도 회사도 전혀 신경쓴 적이 없다. 그랩은 뼛속부터 다양성을 중시하는 회사다. 45개 국적의 직원들이 근무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무슨 언어를 쓰는지도 따지지 않는다. 문제를 풀기 위한 열정과 능력이 있는지, 같은 팀과 잘 일할 수 있는지를 본다. 유행 따라하듯 그러는 게 아니라 그랩의 DNA다.”
홍콩=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스타트업 관련 기사는 ‘엣지’를 참조하세요 news.hankyung.com/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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