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영등포 당사로…"국민이 기회 주실 때까지 혹독한 세월"

자유한국당이 11일 영등포구 영등포동 우성빌딩에 새 둥지를 틀었다.

김성태 대표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안상수 비대위 준비위원장, 함진규 정책위의장,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와 함께 여의도 당사의 현판을 떼내고 영등포 당사에 새 현판을 달았다.김 대행은 현판식에서 "온갖 기득권과 영욕의 세월을 보낸 여의도 당사 시대를 마감하고 서민과 중산층을 아우르는 서민개혁중심 정당으로 영등포 시대를 활짝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처절한 진정성으로 국민이 부를 때까지 쇄신과 변화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 대행은 새 현판을 두어 번 만지며 "좀 잘 돼야 하는데"라며 바람을 담은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한국당은 지난달 말부터 여의도 당사를 정리하고 영등포로 집기를 옮겼지만, 아직 새 당사 리모델링은 마무리하지 못했다.

여의도에서는 6개 층을 사용하며 매월 1억원에 달하는 임차료를 부담해왔지만, 영등포에서는 2개 층만 빌려 규모를 대폭 줄이고, 대부분의 사무 기능은 국회로 옮겨왔다.

현재 새 당사에는 목공과 배전 작업등 공사가 일부 진행 중이고, 책상과 의자 등 집기 정리도 마무리되지 않았다.여의도 당사의 짐도 아직 다 정리하지 못해 이날도 이삿짐 차량이 드나드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새 당사를 둘러본 김 대행은 "여의도 당사의 15% 규모밖에 되지 않지만, 기존의 기득권과 잘못된 인식, 사고를 전부 여의도에 버려두고 여기서는 오로지 국민의 삶만 생각하는 진정한 서민 정당으로 태어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이 새로운 기회를 주실 때까지 혹독한 세월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한국당이 여의도를 떠나는 것은 2004년 이후 두 번째다.

한나라당 시절인 지난 2002년 16대 대선 패배 이후 '차떼기 파동'을 겪은 한국당은 2004년 여의도 당사를 매각하고 천막당사 생활을 하다 강서구 염창동으로 당사를 옮겼다.

이후 2007년 다시 여의도로 돌아올 때까지 3년여가 걸렸다.

한국당은 여의도 한양빌딩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하는 영광의 시간을 보냈지만, 20대 총선 참패와 탄핵 사태, 지난해 대선 패배 등을 거치며 당세가 기울었다.이어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당 쇄신 차원에서 중앙당 슬림화를 결정했고, 당사 이전도 빠르게 진행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