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음료 저주' 깬 블랙보리, 반년 만에 2000만병 팔렸죠
입력
수정
지면A21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블랙은 다 망해. 안돼.”
다들 블랙음료 안된다했지만
쓴맛 잡은 블랙보리 '대박'
9월 美 유기농 마트에 입점
숙취해소음료 시장도 진출
음료업계에서 10년 넘게 도는 말이다. 검은색 식재료가 들어간 ‘블랙푸드’는 2000년 초부터 건강식품 시장의 키워드로 자리 잡았지만 음료는 예외였다. 검은콩우유, 검은콩차 등 줄줄이 나왔던 수십 개 신제품이 두유를 제외하곤 모두 자취를 감췄다.
올해 음료업계의 ‘블랙의 저주’를 깬 사람이 있다. 토종 검정보리 음료 ‘블랙보리’를 내놓은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56·사진)다. 블랙보리는 출시 7개월 만에 2000만 병이 넘게 팔렸다. 올해 매출은 약 4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연 매출 300억원이면 ‘대박’에 속하는 음료업계에서 오랜만에 히트작이 나왔다.
지난 10일 경기 용인의 하이트진로음료 본사에서 만난 조 대표는 “숭늉 문화에서 시작된 가장 한국적인 음료 블랙보리로 세계 음료 시장을 겨냥할 것”이라며 “국내 곡차(穀茶) 시장도 1조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말했다.조 대표는 ‘음료업계의 전설’로 불린다. 1990년 웅진그룹에 입사해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할 당시 내놓은 아침햇살, 초록매실, 하늘보리, 자연은 등 토종 장수 음료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커피, 콜라, 주스 등 외국 음료가 판치는 음료 시장에서 ‘우리 것’으로만 승부했다. 세상에 없던 쌀음료 ‘아침햇살’과 ‘초록매실’은 출시 20년이 넘은 지금까지 연매출 1000억원을 거뜬히 넘긴다. 조 대표는 웅진그룹 입사 9년 만에 식품업계 최연소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그의 나이 38세 때 일이다.
블랙보리는 지난해 2월 그가 하이트진로음료 대표에 취임한 후 내놓은 첫 작품이다. 보리차 시장은 그가 웅진식품에서 내놨던 하늘보리가 시장의 약 70%를 장악하고 있었다. 동서식품 ‘동서 보리수’, 롯데칠성 ‘황금보리’, CJ헬스케어 ‘새싹보리차’ 등이 추격에 나섰다가 줄줄이 쓴맛을 봤다.하늘보리를 만든 조 대표가 블랙보리를 내놨을 때 음료업계는 긴장했다. 조 대표는 일본 종자 보리만 쓰던 식음료 시장에서 처음으로 100% 국내산 검정보리를 사용했다. 잡맛과 쓴맛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출시 반년 만에 시장점유율이 약 20%까지 올라왔다.
블랙보리는 해외 시장에도 진출한다. 오는 9월부터 미국에 500여 개 매장을 둔 유기농 전문마트인 ‘트레이더 조’에 국내 음료 최초로 입점하는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조 대표는 “블랙보리는 아침햇살, 초록매실에 이어 지난 23년 동안 꿈꿔왔던 순수 우리음료에 대한 열망을 담은 제품”이라며 “세계적 음료 트렌드가 ‘노 카페인 노 슈가’인 만큼 블랙보리가 일본, 미국, 유럽 등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하이트진로음료는 이달 말 미배아 대두발효추출물을 넣은 헛개음료 제품으로 국내 숙취해소 음료 시장에 진출한다. 조 대표는 “시중의 숙취해소 기능성 음료는 100mL 용량에 4000~5000원대를 넘나들 정도로 비싼 가격”이라며 “이 시장을 흔들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