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구조조정 → 자영업자 증가 '일자리 공식'마저 깨졌다

일자리 쇼크

제조업 취업자·자영업자 동반 감소

"6월부터 고용여건 회복" 靑 전망 또 빗나가
"최저임금 인상·주 52시간…창업 비용 상승 탓"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30만 명대였던 월평균 취업자 수 증가폭이 올해 2월부터 10만 명대로 떨어졌음에도 청와대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고 말해왔다. 취업자 수가 7만 명대로 추락한 지난 5월에는 반장식 당시 일자리수석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성과중심 정책 노력과 취업자 수 증가 흐름을 감안할 때 6월부터 고용여건이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6월 취업자 증가폭도 10만 명대에 머물러 청와대의 예상은 이번에도 빗나갔다.

제조업 자영업 동반 감소통계청이 11일 내놓은 6월 고용동향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심각하게 보는 지표는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폭이다. 일자리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제조업 일자리가 4월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감소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취업자와 자영업자 수가 동반 감소한 점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5월에는 제조업 취업자 수가 7만9000명 감소했으나 자영업자 수는 7000명 늘었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제조업 취업자 수는 12만6000명, 자영업자 수는 1만5000명 줄었다.

구조조정 등으로 제조업에서 퇴직자가 많이 나오면 이들이 창업으로 전환해 자영업자 수가 증가하는 게 일반적이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과거 조선업 등 업종별 구조조정 등이 이뤄졌을 때에는 자영업자 수가 늘어 취업자 감소를 상쇄했다”며 “이번에는 그런 현상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고용 악화가 장기화되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창업비용 상승과 내수경기 둔화가 자영업자 수를 감소시키는 원인”이라며 “제조업까지 충격을 받고 있어 고용의 기조적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위기감 느끼는 정부

청와대는 취업자 증가 폭이 5개월 연속 10만 명대에 머무른 것에 위기감을 나타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6월 고용동향이) 5월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취업자 수가 많이 부진한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고용은 경제활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인데 우리 경제가 겪는 추세적이고 구조적 문제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경제의 고용 창출력이 떨어진 이유와 대응을 점검할 계획”이라며 “해당 부처와 상의해서 하반기 대책에 이런 고민을 담도록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고용 악화가 장기화하기 전에 정부의 대대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 경제를 받쳐주던 수출도 반도체를 빼면 점점 줄고 있고 민간소비 중 개인소비도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사람을 뽑을 수 있도록 정책 기조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주도 성장에 매몰되면 일자리 참사가 끝나지 않을 수 있다”며 “청와대가 지지층의 반발이 있더라도 친시장적 정책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훈/조미현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