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에 韓銀마저 포기한 '3% 성장'… 이제 정부만 '나홀로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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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전망 낮춘 韓銀한국은행이 올해 3% 성장 전망을 포기한 건 그만큼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으로 ‘고용 쇼크’가 장기화·만성화될 조짐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미·중 무역 갈등으로 성장의 핵심축인 수출마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게 한은 판단이다. 생산·투자·소비·고용 등 주요 경제 지표가 줄줄이 꺾이고 있는 데다 규제 개혁을 통한 신(新)성장 동력 발굴은 더딘 상태라 2%대 저(低)성장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월 전망치보다 0.1%P ↓
설비투자 증가율 1.2%로 낮춰
작년 대비 10분의 1토막
상품수출도 0.1%P 하향 전망
기준금리 8개월째 동결
李총재 "고용상황 부진 지속"
"금리 인상" 소수의견 나와 주목
◆부진한 투자·확 꺾인 고용한은은 12일 ‘2018년 하반기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로 발표했다. 지난 4월 제시한 3.0%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일찌감치 국책·민간 연구소들은 올해 3% 성장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내비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2.9%)을 포함해 한국금융연구원·현대경제연구원·LG경제연구원·한국경제연구원(2.8%) 모두 2%대 후반 성장을 전망했다. 국내에선 정부와 한은 정도만 3.0% 성장을 고수했는데, 한은마저 기존 전망에서 한 발짝 물러났다.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내린 이유로 투자 둔화를 우선 꼽았다. 당초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2.9% 증가할 것으로 봤지만 이날 1.2%로 대폭 낮췄다. 지난해 실적(14.6%)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건설투자 증가율 전망치도 종전 -0.2%에서 -0.5%로 마이너스 폭이 커졌다.
고용에 대해선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올해 취업자는 전년 대비 18만 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월엔 30만 명을 예상했지만 4월엔 26만 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석 달 만에 다시 18만 명으로 8만 명이나 낮춰 잡았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32만 명)의 절반 수준이다.
◆수출 전망도 하향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증가 속도가 꺾일 것으로 봤다. 올해 상품수출 증가율을 지난 4월 전망치 3.6%에서 3.5%로 낮췄다. 경상수지 흑자도 650억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4월 전망(705억달러)보다 50억달러 넘게 쪼그라든 수치다.
물가 사정도 만만치 않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6%로 제시해 기존 전망을 유지했지만 한은의 목표치(2.0%)에는 못 미치고 있다. 최근 국제 유가와 일부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민간의 소비는 약해져 있다는 의미다.
◆힘 실리는 4분기 금리 인상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0.25%포인트 인상 후 8개월째 유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제 금융시장이 글로벌 무역 분쟁 우려와 미국 달러화 강세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됐고 고용 상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금리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7명의 금통위원 중 유일하게 이일형 위원만이 금리를 지금보다 0.25%포인트 인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소수의견은 통상 통화정책 조정의 신호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번엔 지난해와 상황이 다르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연내 한 차례 금리 인상은 가능하지만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가 이미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고용이 좀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오는 8월 금통위에서 바로 이뤄지는 건 무리라는 설명이다.
올해 금리 결정 금통위는 8·10·11월 세 차례 남아 있다. 시장에선 오는 4분기 중, 구체적으로는 11월을 점치는 의견이 많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통상 분쟁이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이후에나 진정될 수 있기 때문에 오는 11월 한은의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은정/고경봉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