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군인연금 '수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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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공무원연금 수준 개편"정부가 군인연금을 손보기로 했다. 보험료는 적게 내고 나중에 연금은 많이 돌려받는 현재의 ‘저부담-고급여’ 체계를 공무원연금과 같은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매년 1조원 넘게 세금으로 적자를 보전하는 현재의 수입·지출 구조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정부는 지난달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 주재로 열린 ‘범부처 지출구조개혁단 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지출구조 혁신 추진방안인 ‘지출혁신 1.0’에 이어 하반기 ‘지출혁신 2.0’을 마련하면서 군인연금 개편 방안을 포함시킬 계획이다.군인연금 개편은 현재보다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1957년 도입된 군인연금은 1960년 뒤이어 도입된 공무원연금과 동일한 부담-급여 체계로 개편돼 왔다. 그러나 2015년 공무원연금 개편 과정에서 군인연금은 제외되면서 다른 연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내고 더 받는 체계가 됐다. 공무원연금 개편으로 올해 기준 보험료 부담은 기준소득월액의 8.5%로 높아졌고, 지급률은 재직 기간 월평균 기준소득의 1.83%로 낮아졌다.
군인연금 매년 1兆 적자…국가 부채의 11% 달해
만 60세부터 받는 공무원과 달리
퇴역 즉시 수령…형평성 논란
"軍업무 특수성 인정해야" 반론도
군인연금은 보험료 부담이 7.0%로 공무원연금에 비해 낮고, 지급률은 1.9%로 높다. 2016년 기준으로 1인당 월 보험료 부담이 공무원연금은 평균 32만원인 데 비해 군인연금은 25만원으로 더 낮다. 반대로 1인당 지급월액은 공무원연금이 233만원인 데 비해 군인연금은 255만원으로 높다. 정부는 5~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군인연금 보험료 부담과 지급률을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군인연금의 지급기준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공무원은 퇴직 시기에 상관없이 만 60세부터 연금을 지급받는데, 연금 개혁으로 수급 연령이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만 65세로 늦춰진다. 반면 군인연금은 퇴역 즉시 지급받는다.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군인연금 지급 시기를 늦추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다만 군인은 계급정년제 때문에 조기 퇴역이 많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누적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세금이 투입되고 있는 점도 정부가 군인연금을 개편하려는 이유다. 군인연금 기금은 이미 1973년 고갈돼 이듬해부터 45년째 세금으로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
적자 보전금은 2010년 1조566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넘겼고, 지난해(1조4657억원)까지 거의 매년 늘었다. 누적으로는 20조원을 초과했다. 적자를 보전하는 데 들어간 세금은 2016년 공무원연금이 1인당 512만원인 데 비해 군인연금은 1534만원으로 거의 세 배였다.
이대로라면 보전금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사회보험 재정추계’에서 현행 부담-급여 체계를 유지할 경우 2025년 군인연금에 투입되는 보전금이 연간 2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군인연금 적자는 국가 재무제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지난해 국가부채 1555조8000억원 중에서 군인연금과 관련한 충당부채(미래 지급할 연금을 현재 가치로 평가해 산출한 부채)는 170조5000억원으로 약 11%를 차지했다.
정부가 계획대로 군인연금 개편을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정부는 2014년 12월22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직역연금 개편 의지를 담은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뒤 20만여 군인연금 대상자의 반발에 부딪히자 바로 다음날 “군인연금 개편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꼬리를 내렸다.
이미연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세제분석관은 “군인은 목숨을 담보로 일하는 만큼 공무원연금보다 국고지원금이 더 많은 것이 반드시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재정 건전성과 공무원연금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군인연금 수급자들은 국방의 핵심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김일규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