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국제사회 심판' 말하며 북미합의 성실이행 촉구

중단 없는 비핵화 협상 원칙 천명에 이어 '속도전' 강조
북미 간 갈등 속에 비핵화 여정에서 '촉진자'로서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를 향해 강한 어조로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대원칙에 합의하고서도 '디테일'에 발목 잡혀 실무협상이 지척거리자 비핵화 동력을 살리려고 '행동'을 강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13일 오차드 호텔에서 '한국과 아세안,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상생의 파트너'를 주제로 열린 '싱가포르 렉처'에서 "(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양 정상이 국제사회에 약속을 했기 때문에 실무협상에 우여곡절이 있어도 결국은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달 전 싱가포르에서 만나 도출한 '센토사합의'의 이행을 촉구한 이 발언은, 앞서 밝힌 '중단 없는 비핵화 협상' 원칙과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 등과 회담한 자리에서 "북미 간 협상이 정상 궤도에 돌입했다"며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고 북한 안전보장에 국제사회가 노력한다면 북미협상이 성공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했다.

즉,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이라는 원칙에 북미 간 이견이 없는 데다 이를 센토사합의라는 전 세계를 향한 약속의 형태로 발표해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이른 만큼 그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해 달라는 뜻이다.문 대통령이 비핵화 과정을 현재 수준으로까지 발전시키는 데 북미 정상의 공이 컸다는 점을 지속해서 강조해온 만큼 앞으로 실무회담도 성공으로 이끌 두 정상의 결단력과 지혜를 '상찬'하고 '기원'하며 '응원'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이번엔 그 정도에서 멈추지 않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엄중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내세워 전례 없이 '비핵화 속도전'을 압박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북미정상회담 개최 20여 일 만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방북했음에도 그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동시에 일각에서 비핵화 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흘러나오자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한 셈이다.문 대통령은 특히, '엄중한 심판'의 주체를 국제사회로 명시함으로써 완전한 비핵화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의 당위성이 크다는 점과 함께 성공적인 북미 실무협상의 성공을 위한 국제사회의 동참 역시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실무협상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논쟁과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이를 극복하고 북미 정상 간 합의가 반드시 실행되도록 싱가포르와 아세안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마음과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