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개치는 행동주의 펀드… 상반기 136개 기업 공격했다

올들어 400억달러 베팅
119명 이사회 진입시켜
1년 전보다 75% 늘어나

P&G·MS 이사회도 진출
엘리엇, 17개 기업 뒤흔들어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기업 공격이 확산되고 있다. 폴 싱어의 엘리엇매니지먼트만 해도 올 상반기에 17개 기업을 새로 공격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글로벌 기업에 투자한 뒤 배당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수익 극대화를 꾀한다.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 증가는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의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더 높은 수익을 원하는 헤지펀드 투자자의 압력이 커진 게 1차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시장 거부감이 과거에 비해 완화된 측면도 있다.투자은행 라자드가 12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들은 지난 상반기 시장 가치가 5억달러(약 5600억원) 이상인 136개 기업을 대상으로 약 400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라자드가 2013년 분기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숫자다. 지난해 상반기엔 행동주의 펀드가 투자한 기업이 94개였다. 행동주의 펀드가 인기를 얻자 더 많은 펀드가 생겨나고 있다. 올해 행동주의 펀드 활동의 약 20%가 신규 펀드에 의해 시작됐다.

올해 가장 많은 활동을 한 행동주의 펀드는 폴 싱어의 엘리엇매니지먼트다. 35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굴리는 엘리엇은 현대자동차와 샘프라에너지, 영국의 휫브레드 등 17개 기업에 새로 투자한 뒤 배당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활동은 점점 더 효과를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행동주의 펀드는 올 상반기 모두 119명을 투자회사 이사회에 진출시켰다. 1년 전에 비해 75% 증가한 수치다.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 이사회 통제권을 점점 더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다.칼 아이칸이 이끄는 아이칸엔터프라이즈는 제록스 이사회에 진출한 뒤 후지필름과의 합병을 무산시켰다. 프록터앤드갬블(P&G),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이사회에도 행동주의 투자자가 참여하고 있다.

이사회를 압박해 회사를 매각하도록 한 사례도 있다. 지난 4월 행동주의 펀드인 자나파트너스는 식품회사 피나클푸드 지분 9%가량을 취득했다. 이후 회사를 매각하지 않으면 표 대결을 벌여 이사회를 전면 교체하겠다고 위협했다. 두 달 뒤 이사회는 회사를 경쟁사인 콘아그라브랜즈에 82억달러에 팔기로 합의했다.

통상 행동주의 펀드는 상장사 지분을 취득한 뒤 주가를 올리기 위해 경영진 교체부터 자사주 매입 확대,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구를 내놓는다. 행동주의 투자가 주류로 부상하면서 기존 자산운용사들도 점점 더 행동주의 펀드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투자은행 에버코어의 윌리엄 앤더슨 부사장은 “행동주의 투자자에 대한 일반 펀드의 지지가 점점 더 증가하면서 기업들이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기업과 행동주의 펀드들은 과거처럼 표 대결을 하기보다 타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라자드에 따르면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올해 119명을 이사회에 진출시키면서 단 15%만 표 대결을 벌였다.

물론 행동주의 펀드가 항상 성공하거나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진 않는다. HFR에 따르면 행동주의 헤지펀드 지수는 지난해 5.5% 수익률을 올렸다. 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거둔 수익률 22%(배당금 포함)에 비해 크게 낮다.

큰 손해를 본 펀드도 있다. 억만장자 넬슨 펠츠의 트라이언펀드는 제너럴일렉트릭(GE)에 몇 년 전 투자했다가 최근 주가 하락에 큰 손실을 봤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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