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새 저승사자' 수탁자책임委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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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업 '슈퍼 갑' 되나국민연금은 내년부터 횡령·배임, 경영진 일가의 사익 편취, 계열사 부당 지원, 과도한 이사 보수 한도 등을 투자 기업의 중점 관리 사안에 포함하기로 했다. 그동안 배당에만 한정돼 있던 중점 관리 사안을 지배구조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이 같은 방향은 보건복지부의 ‘주주권 행사 로드맵’에 명시됐다.
의결권행사전문위 확대 개편
"정부 방침 거스르기 쉽지 않아"
기업들은 지배구조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외에 국민연금의 눈치도 봐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이 같은 우려의 중심에는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확대 개편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있다. 이 위원회가 재계에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공정위와 더불어 ‘제2의 저승사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총 14명으로 구성된다. 현 의결권전문위원회(9명)보다 5명 늘어난다. 위원들은 지금과 같이 정부, 사용자단체, 근로자단체, 지역가입자단체, 연구기관이 추천하는 방식으로 선임된다. 대부분 교수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회가 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14명의 위원 중 3명이 요구하면 의결권 및 주주권 결정권을 기금운용본부로부터 넘겨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조직인 이 위원회가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대한항공에 주주권을 행사하자’고 제안하자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곧바로 대한항공 경영진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재계 한 관계자는 “위원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정부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문제에 큰 방향을 제시하면 위원회가 이를 거스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